콜금리 후폭풍 .. 재경부-한은, 또 파열음

거시경제정책 집행의 양대축인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특히 금리정책을 둘러싸고 시각차를 확연히 드러내는 등 갈등이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두 기관간의 '이상 기류'는 박승 한은 총재가 지난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시장 예상과 달리 콜금리를 동결한 뒤 "재경부 말만 믿고 투자한 철없는 채권시장"이라고 언급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에 대해 8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금통위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아쉬움은 있다"며 콜금리 동결에 대한 불만과 함께 "(재경부가 금리 결정에 간섭한다는 생각은)한은의 자격지심일 뿐"이라고 쏘아붙이기까지 했다. ◆겉으론 '존중',속으론 '섭섭'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한은이 이번 달 콜금리 목표치를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 재경부 간부들은 "채권시장의 오버리액션(과열현상)에 끌려다녀서는 안되겠지만 부진한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콜금리를 내리는 게 바람직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박승 총재가 콜금리 동결배경을 설명하면서 "재경부만 바라보고 투자한 철없는 시장은 학습효과를 얻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놓고 민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경부가 (한은에) 금리를 인하하라 말라 얘기한 적이 없는데 (한은이) 그렇게 느꼈다면 자격지심 때문일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박 총재의 경고는 시장을 향한 것이지 재경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채권시장 자체가 '관치(官治) 마인드'로 물들어 있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한은 논리 이해 안된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시킨 배경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수긍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 부총리는 "한은이 지난 8월 콜금리를 인하할 때 금리조정 효과는 6개월 후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으면서 두 달 만에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의문시되고 물가불안이 우려된다고) 말을 바꾸면 우리는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시장(채권·주식)의 거품을 우려한 대목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채권과 주식가격이 오르는 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물론 너무 과열되면 안되겠지만 기업들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졌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부와 한은은 전쟁 중? 금리정책을 놓고 재경부와 한은이 이처럼 상이한 시각을 드러내자 두 기관이 또 다시 갈등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물가에,재경부는 성장에 좀 더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마찰을 빚고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도 "어느 때보다 관계가 좋은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금융계 관계자는 "환율정책이나 한국투자공사(KIC) 설립 리디노미네이션 등 갈등을 증폭시킬 만한 잠재요인이 적지 않아 당분간 두 기관의 긴장상태는 지속될 것"이라고 점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