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 명품시대] 큰돈 불려 드립니다


부자 고객을 끌어 들이기 위한 금융회사의 명품 마케팅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초저금리시대가 지속되면서 각 금융회사에 기여도가 큰 거액 고객을 겨냥한 신상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α금리'뿐만 아니라 각종 부대 서비스를 덤으로 제공하고 있는 점이 이들 상품의 특징이다.


최근 부자 고객에게 인기를 끄는 명품은 해외투자펀드,혼합형펀드,적립식펀드,외화표시채권,연금보험,고금리특판예금 등.


이들 상품은 은행의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주식투자하는 것에 비해 위험이 적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심원경 국민은행 PB사업팀장은 "최근 금리하락세가 가속화되자 투자성향이 보수적인 거액자산가들 조차도 주식관련 간접투자상품으로 관심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며 "이들을 겨냥한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초저금리시대의 좋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예금에서 투자로 이동


과거 거액자산가들은 주로 확정금리를 주는 은행예금이나 위험이 별로 없는 채권상품에 돈을 굴렸다.
그러나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면서 보수적인 부자 고객들도 더 이상 확정금리 상품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미은행 압구정로얄프라자의 이건홍 지점장은 "거액자산가들에게 해외펀드나 적립식펀드 등을 권유하면 과거와 달리 큰 거부감 없이 가입한다"면서 "보수적인 투자성향으로 유명한 압구정동의 고객들 조차도 서서히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지점장은 "은행금리 연 3%대,물가상승률 4%인 상황에서는 은행에 예금을 하면 곧 손해라는 사실을 고객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거액자산가들이 정기예금 등 확정금리 상품을 깨고 투자상품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한성석 국민은행 목동PB센터장은 "부자고객들이 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의 금융자산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여전히 예금"이라고 설명했다.


◆부자고객 인기상품은


최근 재테크 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초저금리,주가변동성 확대,부동산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여유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거액자산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은행 PB들에 따르면 최근 수억원의 금융자산을 굴리는 거액자산가들은 고금리 특판예금,적립식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외평채,연금보험,적립식상품,해외투자펀드 등을 주로 찾고 있다.


김성호 하나은행 PB팀장은 "연 4%가 넘는 고금리 특판상품이 나오면 안정성을 중시하고 연령이 상대적으로 많은 VIP고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다"고 전했다.


현재 일반정기 예금 금리는 연 3.6∼연 3.8%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절세를 겨냥한 연금보험과 외평채도 부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연금보험은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면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금리도 현재 연 3%수준이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은 분리과세를 원하는 종합과세 대상자들이 찾고 있는 틈새상품.


지난 98년에 발행된 만기 10년짜리 외평채는 잔여기간이 3년5개월 정도인 데다 세후 연 3.6∼3.7%의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다.


국채이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다.


피델리티,슈로더투신 등 외국 투신사들이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해외투자펀드도 거액자산가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건홍 지점장은 "금리가 갈수록 낮아지자 국내외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성석 PB센터장은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적립식펀드도 부자들이 기본적으로 가입하는 메뉴"라며 "이들이 가입하는 금액은 월 평균 30만∼5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단기 여유자금을 위한 금융상품은 머니마켓펀드(MMF)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이 안성맞춤이다.


언제든지 돈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정기예금에 버금가는 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MMF 금리는 연 3.2∼3.3%수준이며 MMDA는 연 3.1%수준이다.


신용카드사들이 내놓고 있는 플래티넘 카드도 여러가지 부가서비스로 부자 고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부자고객 잡기 경쟁 후끈


지난 6월말 현재 은행 잔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거액계좌 수는 7만7천2백개,금액으로는 2백40조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이들 부자고객을 잡기 위해 PB센터를 잇따라 확충하는 한편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PB고객들의 자녀가 결혼할 경우 은행장이 직접 주례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흥은행은 세계 유명 의료기관과 제휴를 맺고 병원 예약,현지 통역이나 치료 후 건강관리에 이르는 종합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부동산 종합컨설팅과 골프 여행 및 골프스쿨 등을,외환은행은 해외유학 및 이민 상담으로 PB서비스를 특화했다.


신한은행은 원거리에 떨어져 있는 고객들을 위해 감정평가사,세무사,회계사 등 금융 전문가들이 화상을 통해 상담을 실시하는 '화상 상담 시스템'을 최근 도입했다.
PB센터를 늘리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국민은행은 독립된 PB사업본부 내에 방카슈랑스팀,투신상품팀,외환상품팀이 편성돼 '원스톱'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