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숨고르기 하나

12일 외국인 매도세가 주가를 급락시켰다. 외국인은 전날 2천2백억원 매도우위를 보인데 이어 이날도 1천6백38억원어치를 순매도,시장분위기를 급랭시켰다. 이달들어 기관과 함께 증시를 끌어온 외국인이 순식간에 매도세력으로 돌변한 것이다. 외국인의 이같은 움직임은 △고유가 △3분기 실적우려 △옵션만기일(14일)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LG필립스LCD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IT(정보기술) 관련주를 중심으로 대량 매도하고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시각을 같이 하고 있다. 고유가나 기업실적 악화 우려보다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틈을 이용,차익을 실현하는 '숨고르기'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거시지표가 더욱 악화될 경우 외국인이 상당기간 매수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악재 속 차익실현 나서 외국인 입장에선 지금이 차익을 실현할 좋은 기회다.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종목들이 줄을 잇고 있어 그만큼 평가이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기금이 새로운 매수 주체로 등장하고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것도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하는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유가 동향 등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일부 외국인이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종목별 차별 매수 전략 전문가들은 향후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종목별로 크게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우선 연말이 가까워진 만큼 고배당주에 대한 매수세는 곧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근 리레이팅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 우량주에 대한 매수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증권과 리먼브러더스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외국인이 유가 부담 등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우량주와 고배당주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종합주가지수가 800 이하로 떨어지는 극단적인 추락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CSFB처럼 하락 폭이 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저가주 사냥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4월 말 이후 10일간 2조6천억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했지만,주가가 810대로 내려앉자 또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