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학에게 듣는다] 린이푸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소 소장

베이징 대학 중국경제 연구중심의 린이푸(林毅 夫) 주임(소장.52)은 "국내외 시장이 일체화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경쟁력은 비교우위를 충분히 이용하는데 달려있다"고 말했다. 린 주임은 한국경제신문 창간 4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의 과속도 경제주체가 비교우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가 그리는 중국의 미래는 장미 빛이다. "중국은 경제규모가 2030년이면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이르고,글로벌 5백대 기업에도 중국 기업이 1백여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글로벌 5백대 기업에 올해 15개사를 올려놓아 11개에 그친 한국을 처음으로 제쳤다. 그와의 인터뷰는 고풍스럽게 옛 서원 분위기가 풍기는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중심에서 이뤄졌다. [ 대담 = 오광진 베이징 특파원 ] -올해 중국경제의 화두는 긴축인데 연착륙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투자는 올해 경착륙하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연착륙이 예상됩니다. 투자 증가율은 올해 15∼20%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작년(26.7%)보다 크게 낮은 것이지요. 투자 증가율이 20%를 초과하면 생산과잉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9% 이상을 기록하고 내년에도 8%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과거 2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9.3%인 걸 감안하면 9%가 넘어도 과열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투자 억제에 성공해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착륙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소비 진작이 중요합니다. 특히 농촌소비를 늘려야 합니다. 중국 인구의 60%가 농촌에 거주합니다. 농촌 시장이 가동돼야 공산품의 79%가 공급과잉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농촌 소비가 부진한 이유는 농민 소득이 적은 데다 소비를 위한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데 세탁기를 살 수는 없지요. 중국 국무원(중앙정부)이 5년 내 농업세를 없애기로 하고 농촌 기반시설 투자를 확대키로 한 것은 잘 한 겁니다." -이달 초 인민은행장이 아직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다고 했습니다. 왜 금리인상을 꺼리는 것이죠. "긴축을 위한 금리인상은 두갈래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대출과 예금금리를 동시에 올리는 것입니다. 대출을 갚을 생각조차 않는 중국 기업들에 대출금리 인상은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반면 예금 금리 인상은 저축증가로 이어져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길은 대출금리만 올리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예대마진이 커진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려고 해 긴축과는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창구지도를 통해 대출을 억제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외국으로부터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이 거셉니다. "환율은 한 국가의 주권문제입니다. 더욱이 지금은 위안화를 평가절상하기에 좋은 때가 아닙니다. 중국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평가절상할 경우 수출에 좋지 않습니다. 자본투기 압력이 생기는 것도 문제입니다. 평가절상 압력은 미국에서 왔는데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미국도 수입하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올라 불리해집니다." -고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왔다고 보십니까. "국내외 시장이 일체화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경쟁력은 비교우위를 충분히 이용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중국은 인건비가 미국의 30분의1도 안됩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늑대'가 안방에 들어온다며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미국과 유럽의 매장 진열대에 있는 노동집약형 제품은 대부분 중국산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비교우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과속하게 됩니다. 정부가 자생능력이 없는 기업이나 산업을 보호하면 자원배치의 효율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요." -중국 경제가 과속한 것도 그 때문인가요. "중국 경제의 문제인 투자과열은 실적 및 개혁 성과를 과시하려는 지방정부와 은행 탓이 큽니다. 지방정부는 비교우위를 따지지 않고 기업에 토지를 싸게 파는 등 각종 우대정책으로 사업 비용을 낮춰줌으로써 시장을 왜곡했습니다. 4대 국유은행은 작년부터 금융개혁 방향에 따라 상장 준비에 들어가면서 대출을 맹목적으로 늘렸습니다. 상장하려면 부실채권 비율을 15% 이하로 낮춰야 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대출증가였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과 자동차 소비와 투자가 늘고 철강과 같은 건자재 투자 과열이 이어졌습니다." -중국의 고성장이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중국은 개도국이라 기술이 부족합니다. 해외 선진 기술을 도입하는 게 필요합니다. 경제주체들이 과학적 발전관을 갖고 비교우위를 살리는 쪽으로 경제운용에 나서면 향후 20∼30년간 완전한 고속성장이 가능합니다. 2030년이면 경제규모가 미국 수준에 이르고 글로벌 5백대 기업에 중국 기업이 1백여개 진입할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 사례에서 보듯 특정 국가 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국가의 기업들이 글로벌 5백대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한 걸 보면 이같은 전망이 가능합니다." -고성장을 지속하는 게 순탄치만은 않을텐데요. "단기적으로는 과열을 진정시키는 게 과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유기업 개혁이 최대과제입니다. 증시투기 도농격차 금융부실 등이 모두 국유기업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자금 확보를 위해 경영 실적이 안 좋은 국유기업이 대거 상장하고,국유기업을 위해 국유은행만을 키우다보니 농민들의 일터가 될 수 있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줄 지방은행의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중국에서 일고 있는 민족주의 움직임에 대해 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중국이 성장하고 있는 지금의 국제 형세는 과거 미국이 발전할 당시에 비해 상당히 악화됐습니다. 외부적으로 불리한 요소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민족주의'가 고조되는 경우가 있는데,이런 민족주의는 스스로에겐 '애국'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결국 중국의 경제 발전 기회를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기업의 대 중국 투자 러시로 산업공동화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발전 수준이 달라 경제구조가 보완적입니다. 일본도 50년대 방직업,60년대 전자가공업을 해외로 이전할 때 산업공동화 우려가 컸지만 이전하지 않았다면 실업 등의 문제가 발생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보다 작아졌을 것입니다. 일본 기업들은 설비 매각과 현지의 싼 노동력을 이용해 수출로 번 돈을 국내로 갖고 와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하는 선순환을 했지요. 한국의 노동집약형 산업이 해외로 이전하지 않으면 정부 보조를 받아야 하고 이는 한국의 산업 업그레이드에 장애가 될 것입니다."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