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무지표 기준 '엉터리' 많다

국내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토대로 분석하는 각종 재무 관련 지표들이 되레 기업의 실상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금융비용부담률〔(이자비용/매출)?100〕 등 기업의 이자비용과 관련된 지표.국내 기업들은 금융관행상 차입과 연관된 예금이나 위험관리 차원의 예금이 많아 이자수익이 상당한데도 금융비용을 계산할 때는 빠져 이자 관련 지표들이 나쁜 쪽으로만 비쳐진다는 것이다. 특히 44조원에 달하는 기업 현금자산의 이자수익이 재무분석 지표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자보상배율,이자수익 무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성과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작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가 외부감사 대상기업의 27.5%에 달한다"며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기업의 이자수익까지 감안한 '순이자비용'(이자비용-이자수익)으로 계산하면 1미만 업체 비율은 상당폭 낮아지게 된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이자보상배율과 금융비용부담률 계산때 사용되는 이자비용은 이자수익을 차감한 순이자비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삼성물산은 작년 2천4백87억2천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이자비용으로 1천3백31억5천만원을 지급,이자보상배율이 1.87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예금 등의 이자수익이 1천11억9천만원에 달해 실제 회사에서 돈이 나간 순이자비용은 3백19억6천만원이었다. 따라서 '순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순이자비용)은 7.78로 현행 기준보다 4배 이상 높아진다. 기업 재무관련 통계를 내는 한국은행도 이같은 지적에 공감,분기마다 발표하는 '기업경영분석'에 순이자보상배율을 반영하기로 했다. 관계자는 "기업의 현금보유액이 늘면서 이자보상배율을 순이자비용으로 산출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차입금.매출채권 지표도 왜곡 할인어음과 관련된 차입금 및 매출채권 지표의 왜곡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통상 기업이 어음을 할인할 때 할인료는 회계장부에 이자비용으로 처리되지만 정작 할인을 통해 들어온 현금은 대출금 성격인데도 차입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차입금 규모를 실제보다 작게 표시할 뿐 아니라 매출채권회전율〔(매출채권/매출액)?365〕은 짧게 표시되고 영업활동의 현금흐름까지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100〕과 당좌비율〔(당좌자산/유동부채)?100〕 등 기업 유동성 지표들이 실제와 정반대 상황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당좌자산에 포함되는 매출채권 등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당좌비율은 높게 나타나지만 매출채권 회수가 지연돼 현금흐름이 나쁜 상황임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실제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데도 지표상 유동성이 좋은 기업으로 평가된다는 것. ◆영업과 무관한 특별손익의 착시 최근 들어 이익의 질적 평가가 무시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손익계산서상 경상손익에는 일시적이거나 본업과 관련 없는 특별손익이 포함돼,해당 기업의 실적 평가에 착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1회성 손익(비반복적인 손익)은 경상이익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얘기다. 팔고 나면 그만인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매각이익은 당해 연도에만 반영될 뿐 이익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정조 대표는 "요즘처럼 기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전통적 재무분석 기법의 가치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기존 지표들을 대폭 수정한 유용성 있는 지표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