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분배중심 정책은 잘못된 생각"…美 먼델 교수 충고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14일 "한국 경제는 10년전 유럽이 걸었던 바로 그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이후 강화된 분배정책의 여파로 90년대 초·중반 경제성장률이 둔화됐던 유럽 국가들의 오류를 한국이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먼델 교수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서 "한국 정부가 분배중심의 경제 정책을 쓰고 있다면 이는 좋지 않은,부적당한 생각"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먼델 교수는 따라서 "한국은 유럽의 경험을 교훈 삼아 혼란과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무한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성장을 우선시하면 당장은 힘들겠지만 나눠먹을 파이는 커지게 돼 있다"며 "현재 가지고 있는 파이를 나누려고만 한다면 나눠 준 파이를 다 소비하고 난 뒤의 상황에는 기민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먼델 교수는 한국 경제가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회생방안으로 △안정적인 환율관리 △소득세율 인하 △연기금 민영화 및 투자확대 등을 들었다. 그는 특히 "앞으로 미국 달러화는 현재에 비해 약해지지도 강해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무엇보다 환율의 안정적인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시아 국가의 수출을 늘리고 역내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공동통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한국에서는 고소득층에 대해 30% 이상의 소득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지나친 소득세 징수는 경제의 활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먼델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화폐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 문제에 대해서는 "화폐액면의 단위를 변경한다고 해서 경제적인 혜택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며,오히려 시장과 일반 국민에게 혼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먼델 교수는 '최적통화이론'을 창시,유럽연합(EU)의 통화 단일화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함으로써 지난 9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유엔(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에서 고문을 맡았으며 25년 동안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