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가경쟁력 급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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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 순위가 급락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지난 2002년 25위에서 작년 18위로 올려놓았다가 갑자기 29위로 떨어뜨리는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이렇게 할 수 있나."
이헌재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은 15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최근 발표된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정부계약의 투명성이 작년 18위에서 올해 49위로 떨어진 걸 이해할수 있겠는가.주로 기업인 설문조사에 의한 평가이기 때문에 순위가 둘쭉날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이날 "WEF와 국제경영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기업인 1천명에게 보냈다"는 보도자료를 내기까지 했다.
물론 기업인 설문결과가 반영되는 WEF나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가 완벽하다고 할순 없다.그러나 IMD나 WEF가 정의하는 국가경쟁력이란 것이 '기업 경영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기업인 설문이 적절한 방법론이란 주장도 있다. 또 설문조사는 한국에서만 하는 것도 아니다.
기자는 정부의 이같은 대응을 보면서 지난달 초 스위스 로잔에 있는 IMD에 인터뷰를 신청했다 거절당했던 씁쓸함이 되살아났다. 당시 IMD는 다음과 같은 답신을 통해 인터뷰를 사양했다.
"국가경쟁력 순위만 발표하면 수십명의 한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방문요청을 받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평가의 객관성을 따진다. 이제 한국인들로부터 더이상 그런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
당시 IMD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설문결과에 불만이라면 기업들이 왜 그렇게 부정적 답변을 하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는 면박성 조언을 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연구기관의 경쟁력 평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그들도 한국 정부의 태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