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학에게 듣는다] <끝> 케네스 로고프 美하버드大 교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2년6개월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세계경제전반에 관해 폭넓게 연구한 덕택에 주요 이슈에 대해 비교적 최신의 통계를 인용하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세계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를 들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시절에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워싱턴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그를 보스톤에 있는 하버드 대학 연구실에서 만났다. [ 대담 = 고광철 뉴욕 특파원 ] -중국 위안화 자유화 문제가 이번 IMF 총회의 최대 이슈였나. "빈곤국의 외채 탕감과 함께 위안화 자유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기는 했다. 하지만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테러로 인한 정치적 불안감과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다. 정치적 불안이 세계경제를 취약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 유가상승분의 50%도 정치적 불안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불안이 세계경제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당연 요인이 될 수는 없다. 한국과 이스라엘을 보라.안보위협 속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미국의 경상적자를 더 걱정해야 한다." -미국 경상적자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 에 달하고 갈수록 늘고 있다. 이 상태를 지속할 수 없다. 달러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5∼20% 정도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환율시장이 과잉반응,달러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유럽 경제의 고통은 커진다. 세계경제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2∼3년 안에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 정부는 그런 심각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나. "다른 나라는 다 심각하다고 우려하는데 미국만 미국경제가 워낙 탄력적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마저도 미국 경제가 유연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금리를 적정수준으로 올려 민간의 저축증대를 유도하고 정부는 세금을 높여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현재의 한시적인 감세조치를 오히려 영구화하려고 하는데. "부시 대통령이 그런 공약을 내걸었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세금을 올리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 감세를 외쳤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집권 중반에 세금을 올리지 않았는가.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부유층에 대한 감세를 환원하려 한다는 점에서 적자 감축에 보탬이 되겠지만 정부 지출을 늘리려 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만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전후로 치솟고 테러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속에서 재정적자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는 심각한 불안에 빠질 것이다." -국제유가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는가. "유가만큼 변동성이 큰 자산이 없다.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상승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테러위협으로 인한 공급불안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중국과 인도의 경제발전으로 수요는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속에서 IMF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4.3%로 전망한 것은 너무 낙관적이지 않은가. "일반적인 전망치보다 다소 높은 감이 든다. 4.1∼4.2%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테러 위협,경상적자,유가상승 등 위협요인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 기술혁신이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고 인플레가 안정돼 있기 때문에 성장이 IMF 전망대로 강해질 수 있다." -다시 중국 위안화 문제로 돌아가자.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절상할 것으로 보나. "중국 입장에서 본다면 절상 자체가 큰 위험은 아니다. 지금은 환율을 잘 관리하고 있지만 금융부문이 취약하고 예상치 못했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럴 때 고정환율제도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절상이든 절하든 방향에 관계없이 신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변동환율제도로 가야 한다. 2002년 브라질이 경제위기에서 살아남은 것도 변동환율로 갔기 때문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지나친 시장개방이 위기의 주범이었느니,연고 자본주의가 요인이었느니 하지만 자유변동환율제도 였다면 충격을 그렇게 크게 받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있을 때 본 한국경제와 지금의 한국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경제가 내수부진으로 이렇게 어려움을 겪을 줄 몰랐다. 한국은 일본이 제대로 하지 못한 구조조정을 먼저 했고 장기 성장전망도 일본보다 훨씬 높았다. 경제의 기본구조도 괜찮았다. IMF가 최근 전망한 2004년 4.6%, 2005년 4%보다는 훨씬 빠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다소 실망했다." -내수 부진이 예상외로 심각하고 기업인들의 투자 의욕도 사라졌는데. "일시적인 취약 국면(소프트 패치)이길 바란다. 경제정책을 잘 편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한국 경제는 고유가와 함께 미국의 경기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전통적인 경기사이클을 따라간다. 지난 2003년과 2004년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시절인 1971∼1972년과 닮았다.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속에서 금융완화 정책이 지속됐고 환율은 불안하며 안보비용 지출이 많았다. 이 상태가 지속될 수는 없다. 그런 경기 변화가 한국경제에 취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이 한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이론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성장하는 이웃을 두면 혜택을 입는다. 중국이 하루 아침에 미국처럼 되기 어렵고 상대하기도 버겁지만 그래도 한국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저임금으로 무장한 중국을 맞아 한국 기업이 무엇을 만들어 팔고 경제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유연하게 나가지 않을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이 10년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앞으로 2년간 일본 경제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빚은 여전히 많고 매출에 비해 수익성이 그리 높지 않다. 중소형 은행들의 구조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또다시 쉽게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