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는 엔지니어링] 이제 '개방의 파고'를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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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엔지니어링 시장에도 개방의 파고가 몰아닥칠 조짐이다.
내년으로 잡혀있는 국내 엔지니어링 서비스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엔지니어링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닥쳤던 어려움을 이겨내기가 무섭게 시장 개방이라는 또 하나의 난관을 맞게된 것이다.
WTO(세계무역기구)의 서비스시장 개방 조치에 따라 엔지니어링 관련 모든 분야가 개방될 예정이다.
WTO의 기본 방침은 모든 엔지니어링 분야를 개방한다는 것이다.
종합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비롯 도시개발 계획,조경건축 서비스,과학 및 기술컨설팅 서비스,엔지니어링 기술 검사서비스 등이 그 대상으로 올라있다.
그러나 한국에 진출하는 업체가 자체 인력을 들여오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이같은 시장개방으로 국내 업계가 몸살을 앓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엔지니어링 업체간 수주경쟁이 가열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본설계 및 사업관리 등 고부가가치 사업의 경우 선진국에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건설부문 및 플랜트부문의 경우 기술력이 우수한 일본 업체에 의해 잠식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종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책임연구원은 "현재 엔지니어링 서비스분야의 경우 시스템엔지니어링 설계감리 등 핵심기술은 선진국 대비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시장 개방이 국내 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조차 제대로 돼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과는 달리 이웃 일본에서는 개방에 대비해 이미 한국 시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또다른 일부에서는 엔지니어링시장이 개방된다 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도 독자적인 기술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핵심기술을 외국에서 도입,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급 기술이 가장 많이 들어간 서해대교의 경우 엔지니어링 분야 설계해석과 기본설계는 프랑스의 EEG사가 맡았으며,상세설계 검토작업은 일본의 조다이사와 미국 DRC 엔지니어링사에 자문해 수행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시장개방에 대비해 국내 건설공사에 적용되는 각종 규범을 앞당겨 국제화,표준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신기술 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표준 품셈체계를 선진국의 공종별 실적공사비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외국 기업과 차별화하고 국내 기업들이 특정 부문에서 일류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계 및 정부가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