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 너울에 맞춰 춤추는 '붉은 노을'

갈대에 바람이 스친다.


줄기와 잎이 부딪힌다.
사각거리는 소리는 상큼하면서도 스산한 가을의 느낌을 전한다.


무성한 갈대 숲 뒤에선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최초의 지저귐은 바람을 타고 멀리 사라진다.
그리곤 이내 또 다른 지저귐이 따라온다.


가을 갈대밭은 바람의 형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순천만의 갯벌은 2백만평에 달한다.
그 광활한 땅 중 무려 70만평이 갈대에 덮여 있다.


끝 간데 없이 펼쳐진 갈대와 갯벌 앞에서는 자유를 꿈꿀 수도 있고 옛 추억을 더듬을 수도 있다.


작가 김승옥은 이 때문에 순천만을 그의 작품 '무진기행'의 안개 낀 무대로 삼았다.
순천만 여행은 시내를 거쳐 만으로 흘러드는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하는 대대포구에서 시작된다.


갈대의 호위를 받는 수로는 대대포구에서 해안 방향으로 자그마치 5.4km에 걸쳐 이어진다.


수로를 따라가는 통통배로 갈대밭을 지나면 끝이 가물가물한 갯벌이 펼쳐진다.


순천만의 갯벌은 깊이가 무려 10m를 넘는 깊숙한 영양의 보고다.


이 일대에서 잡히는 해산물의 맛이 남다른 것은 자양분이 넘쳐나는 순천만 갯벌의 덕택이다.


순천만에는 또 겨울이면 수십만 마리의 철새떼가 찾아온다.


흑두루미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들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안전하게 둥지를 틀 수 있는 갈대숲과 영양분 풍부한 먹거리는 야생의 생존본능이 이곳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나 보다.


그러나 순천만 최고의 볼거리는 뭐니뭐니해도 갈대를 모두 태워버릴 것 같은 붉은 노을이다.


검은 갯벌 뒤편 나지막한 산으로 떨어지는 해는 개흙 위에 박혀있는 조각 배 한 척,부지런히 꼬막을 줍는 아주머니,창공을 오가는 철새무리 모두를 오렌지 빛으로 하나 되게 한다.


순천=글·사진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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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호남고속도로 순천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 월전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순천만에 도달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순천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갈수도 있다.


순천만에는 짱뚱어가 한창이다.


망둥이와 흡사하게 생긴 짱뚱어는 겨울 잠을 자는 물고기.겨울잠을 자러 들어가기 직전인 가을에는 가장 많은 영양분을 몸속에 저장하고 있다.


고소하고 쫄깃한 짱뚱어의 고기 맛은 미식가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별량면사무소앞 욕보할매집(061-742-8304)짱뚱어탕 6천원,순천만가든(061-741-4489)짱뚱어전골 3만원.


쌀쌀한 바닷바람을 맞은 후 따뜻한 온천에서 몸을 녹이는 것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순천에서 가장 유명한 낙안온천(061-753-0035)은 강알카리성 온천이다.


게르마늄과 유황 등이 많이 포함돼 피로회복과 피부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만에서는 11월5일부터 7일까지 갈대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갈대 미로 찾기,철새 먹이주기,갈대공예품 만들기,가족 그림 그리기,어패류 시식 등 행사가 곁들여지며 4일 저녁 7시부터는 순천만 비지터센터에서 청소년 콘서트도 개최된다.


순천시청 문화관광과(061)749-3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