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판 '코카콜라'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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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구
범세계적으로 전 산업을 통해 브랜드 가치가 제일 높은 기업은 코카콜라이고 아홉번째 쯤에 맥도날드가 있다.
다국적 식품회사 네슬레나 유니레버 같은 기업도 식품회사로서 그 브랜드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식품은 문화적 산업이라 지역적 특성이 강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식품회사들은 글로벌 경영을 해 나가고 있는데 한국의 식품산업은 어떠한가.
유감스럽게도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국 식품기업은 아직 없는 형편이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식품산업이 중요한 산업의 하나라는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연간매출액은 35조4천억원 규모로 국내총생산액의 약 6%,제조업 국내총생산액의 20%나 차지하고 있다.
또한 식품산업은 국내고용의 7%를 점유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이렇게 국민경제에 기여도가 큰 데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식품 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과학적·체계적으로 육성하려는 노력보다 가사의 일부로 여기거나 임기응변식으로 위생,안전 측면만을 강조해 온 데 있다.
식품산업이 제대로 인정을 못 받는 데는 식품업계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세계적인 식품하나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고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나면 규모가 매우 영세할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식품사고가 빈발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식품업계가 당면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기보다는 '나만 무사하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적 풍조가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다.
식품원료에 대한 수입관세가 완제품 수입관세보다 높은 현실,상미(賞味)기간으로 정해 자원낭비를 줄이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하루가 지나도 폐기돼야 하는 유통기한제도 등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데도 식품업체끼리 별로 가치가 없는 판촉물품을 소비자에게 경쟁적으로 공여하는 등 과당경쟁이나 일삼고 있다.
이렇게 식품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하지 않고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으로 여기는 풍토가 지속된다면 자기 기업은 살릴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가 속해 있는 식품산업은 결국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자리를 내주게 되고 말 것이다.
또한 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비자나 언론의 역할도 지대하다.
공업용 우지 라면사건이나,포르말린 사건이 결국 무죄로 밝혀졌으나 회사는 망하거나 어려워졌고,최근의 만두사건도 뚜렷한 과학적 근거없이 과장 발표되고 과잉표현됨으로써 얻은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불신과 한국산 만두 수입금지에서 보듯 한국산 식품에 대한 국가적 신용 추락 뿐이었다.
소비자들 역시 식품제조업체의 잘못에 대해 꼼꼼히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그 잘못이 고의적인 것인지,유통과정에서 빚어진 사소한 실수인지 먼저 헤아려 주는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식품에 포함된 성분함량에 대해서도 국가가 정한 기준치 이내인지 등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제조업에서 1백만개의 제품 중 1백개 정도가 불량이면 우수한 것으로 여기는 '1백PPM 운동'과 같은 경영혁신 활동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식품분야에서는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
1백만개 중 한 개,즉 1PPM도 불량이 허용돼서는 안 되는 것이 식품인 까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료 조달에서부터 제조,유통으로 이어지는 제반과정이 완벽해야 한다.
따라서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식품을 사소한 잘못 하나로 신고하고 과장 보도하고 소송을 한다면 식품업계는 식품을 국제적으로 육성하려는 의욕에 앞서 클레임 처리에 더 큰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요즘처럼 동네북이 돼버린 식품산업을 벌만 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때론 육성하고 격려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루빨리 선진국의 슈퍼와 외국인들의 식탁에서 우리의 식품을 흔히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