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상장 득보다 실많다] 社債시장도 우량기업 발행기피 기능 상실

주식시장과 함께 기업 자금조달의 양대축인 회사채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자금조달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기업들이 회사채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이를 갚아버려 회사채 상환 자금이 발행 자금을 초과하는 순상환 기조가 올 들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회사채(ABS포함) 만기물량은 53조5천4백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신규 발행은 36조9천5백억원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그 차액인 16조5천9백억원을 현금으로 갚았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순상환액(2조2천억원)의 7배를 넘는 수준이다. 회사채 시장은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20조5천억원가량 신규발행이 상환보다 많은 순발행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2002년 3조8천억원 순상환 상태로 전환된 이후 해마다 발행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우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삼성그룹 회사채 잔액은 작년 말 5조60억원이었지만 지난 9월 3조7천3백41억원으로,현대차그룹은 3조5천2백83억원에서 3조1천1백38억원으로 각각 25%,11%씩 급감했다. 반면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 등은 회사채를 발행하고 싶어도 시장 참여자들이 거들떠보지 않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날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황성배 한국투신운용 연구원은 "올 들어 신용등급 BB+이하인 소위 투기등급 채권은 정부기관이 보증한 프라이머리CBO용 회사채 등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투기등급 채권이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는 정크본드 시장이 조속히 활성화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