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가경쟁력 보고서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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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輝昌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가 29등으로 나타나 작년에 비해 11등이나 떨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신뢰성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이 보고서의 내용처럼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에스토니아,바레인 등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는 데에 동의하기 힘들다.
특히 바레인의 경우 또 다른 경쟁력 평가기관인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는 60위 순위에도 들지 않는 국가다.
WEF와 IMD의 평가순위를 보면 매우 혼란스럽다.
우리가 특히 관심 있는 국가들의 2004년도 순위를 살펴보자.홍콩이 IMD 6등 WEF 21등,중국이 IMD 24등 WEF 46등,한편 거꾸로 대만은 IMD 12등 WEF 4등,일본은 IMD 23등 WEF 9등이다.
도대체 이들 기관이 국가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들 기관의 결과만 나오면 호들갑을 떤다.
봄에는 IMD,가을에는 WEF 1년에 두번씩이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들 보고서의 수치를 인용하면서 정부정책을 비판하거나 또는 옹호하기도 한다.
이 두 기관의 서로 다른 수치를 제대로 비교하면서 설명하는 경우를 본 적이 별로 없다.
이 두 보고서의 결과를 과연 믿을수 있는가.
국가경쟁력 보고서가 공신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연구자가 연구대상 국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IMD,WEF 두 기관 모두 스위스에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사실 위에 열거한 홍콩 중국 대만 일본 한국의 순위가 특히 들쭉날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 보고서에서 미국 핀란드 덴마크 등 서구 국가들의 순위는 비교적 안정적인데 비해 아시아 국가들의 순위가 불안정적인 것은 바로 이들 국가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다.
이들 기관의 연구 담당자는 설문조사가 현지에서 행해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나,설문의 내용과 해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들어,WEF는 한국의 부패지수가 작년 38등에서 올해는 50등으로 악화됐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부패가 더 많이 드러나고 더 많이 처벌된다는 사실은 과거에는 슬쩍 넘어갈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안된다는 것이니 오히려 부패가 줄어든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분석모델이 좋아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연구자라도 다른 나라를 모두 잘 알 수 없으므로 실제로는 좋은 평가모델을 만들어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IMD와 WEF 평가모델의 변천내용을 보면 또다시 혼란스럽다.
양 기관이 한때 8개 변수를 사용해 공동으로 보고서를 출간했었는데 그후 분리해서 수시로 모델을 바꾸면서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장 최근의 모델로 IMD는 4개 변수(경제성과,정부효율,경영효율,인프라),WEF는 3개 변수(거시경제환경,공공기관,기술수준)를 사용한다.
WEF는 이 모델을 '성장경쟁지수(GCI)'라 부르는 데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새로이 2개 변수(기업전략,미시경제환경)를 이용한 '경영경쟁지수(BCI)'를 만들어 GCI모델과 함께 보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GCI모델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 언론에 보고된 결과는 주로 GCI지수만 사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사방법론이 좋아야 한다.
지면 제약으로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이 보고서들의 구체적인 지수,가중치,설문방법 등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특히 설문 응답률이 낮을 경우 부정적인 답변이 우세할 가능성이 많고 정치경제상황이 빨리 변화하는 국가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정책결정자 또는 관련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고서의 성적발표에 성급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우선 올바르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면 우리의 대외신인도가 필요 이상으로 떨어질 뿐 아니라 정책결정자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한 무리한 정책,또는 단기적 효과만을 노리는 잘못된 정책을 택하기 쉽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