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R&D평가 심포지엄] "한국 R&D '날개'달면 무서운 힘 낼것"

한국경제신문사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과 공동으로 주요국의 국가 R&D사업 전문가들을 초청,20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국가 R&D 투자전략과 기업 R&D 활성화"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가 연구개발투자의 성공여부는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기업과 정부가 파트너십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낸 다음 이를 시장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정부 연구개발사업이 젊은 두뇌들의 기업가 정신을 키우고 창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 내용을 간추린다. -------------------------------------------------------------- ▲김동철 한국산업기술평가원장(사회)=주요 나라들은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위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개발 투자와 관련한 정책 결정과정에서 독특한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투자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잭 반 비크 캐나다 국가연구위원회 평가본부장=캐나다에서는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혁신에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지방분권형 국가이므로 각각의 지역별 고유 환경에 맞춘 연구개발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연방 정부의 임무입니다. 고급기술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음에도 연구개발 성과의 상업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클러스터를 통한 상업화의 기반구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벤 기센 네덜란드 산업기술평가원 부원장=연구성과의 산업화를 촉진시키는 게 가장 큰 과제입니다. 네덜란드의 연구개발 투자 중 절반이 공공부문에서 지원되고 있으며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성과가 아직 기술과 산업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술논문 등이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우시 홍코 핀란드 국립기술원 부장=핀란드는 작은 나라지만 기술력과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 성과를 실용화하는 데 필요한 자본 유치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장이 너무 작은 것도 문제입니다.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 원장=한국은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업 투자 가운데 연구개발 투자가 살아나야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촉진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지원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기센 부원장=기업연구를 활성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원책은 바로 세금 감면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기업의 연구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급과 관련 기자재 구입 때는 세금을 거의 면제해 줍니다. 그러다보니 세금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창업 지원과 산학연 협력사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홍코 부장=정부의 연구개발부문이 증가하면 민간 연구개발도 따라서 늘어난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연구개발분야 지원이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핀란드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함께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추진,윈윈 효과를 거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크 본부장=민간기업 부문이 기술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금융 부문을 대폭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개발자금이나 창업자금을 쉽게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캐나다는 정부자금이나 벤처캐피털 등을 활용,기술 담보대출을 해주고 있습니다. ▲김 원장=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비크 본부장=한국은 그동안 고속성장을 해오다 최근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지역클러스터의 활성화 등이 새로운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코 부장=지구촌 시대를 맞아 한국도 외국으로부터 기술만이 아니라 관습이나 문화까지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별한 수치를 목표로 삼지 말고 세계 경제라는 큰 틀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디자인하는 게 더욱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게 되면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자본도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게 됩니다. ▲기센 부원장=연구개발의 결과가 생산적인 것으로 밝혀지면 곧바로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게 글로벌 시장경제체제입니다. 이 체제에서는 누구를 기술혁신의 파트너로 선택하느냐는 문제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한국은 기술구조나 산업구조 측면에서 과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비슷한 환경을 가진 국가와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은 우수한 생산기술과 뛰어난 설비를 갖고 있으며 내수시장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을 위해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삼성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여럿 있습니다. 문제는 연구자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야 연구개발부문이 강해집니다. 국가와 기업은 연구개발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혁신보다는 전략이 더욱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정리=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