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개미 콤플렉스

소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구상에서 가장 수가 많고 강력한 것이 개미라고 말한다. 건조한 사막이나 혹독한 추위에도 적응하고 어떤 동물도 무서워하지 않으며 강력한 살충제에도 견딘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1억년 이상 지구상에서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다. 3백만년의 인류역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개미는 곧잘 '지혜로운 동물'로 인용되곤 한다. 구약성서에는 세상에서 가장 작으면서 더없이 지혜로운 것으로 개미를 들고 있으며,게으른 자는 개미의 모습을 보고 지혜를 깨치라고 기록돼 있다. 솔로몬 왕은 "개미가 그대에게 지혜로운 길을 보여주리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개미의 이미지는 부지런함이다. "개미는 작아도 탑을 쌓는다"는 우리 속담은 끈기와 노력으로 마침내 일을 성취하는 근면을 나타낸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에서도 개미는 겨울을 준비하는 성실성의 표본으로 우리 마음속에 각인돼 있다. 이렇듯 열심히 일하는 개미를 빗대 요즘 와서는'개미 콤플렉스'라는 말이 곧잘 등장하곤 한다. 일을 많이 하지 않으면 뒤처질지 모른다는 직장인들의 강박관념을 표현하는 것이다. 취업포털 잡링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실제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이러저런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그중 가장 많은 게 개미 콤플렉스라는 것이다. 자칫 일을 소홀히 하다간 자신이 구조조정의 대상일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개미 콤플렉스를 유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놀아서는 안된다'는 개미 콤플렉스는 무거운 짐을 지고 뛰어가게 하는 채찍이어서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일에서 벗어날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노는 것이야 말로 창의력의 원천이고 성공의 열쇠라는 주장이다. 휴(休)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다. 일 중심의 사회분위기 탓에 우리는 쉰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일만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은 탈피해야 한다. 일과 휴식의 적절한 조화야말로 개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길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