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법 위헌 결정] 정치권 헌재 결정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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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청와대와 여당이 흔들리고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 강행 여부 등 핵심쟁점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합헌이나 각하 결정을 막연히 기대했을 뿐 위헌 결정이 나올 것에 대비한 구체적인 준비작업은 없었다는 반증이다.
'정보 부재'란 대목에선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패배'를 염두에 두었던 한나라당은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자 자신들의 '원죄'를 잊은 채 '승리'를 환호했다.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 헌재의 결론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셈이다.
그렇지만 헌재 결정이 발표되기 최소 하루 전 청와대와 정치권은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헌재 결정이 발표되기 3시간 전인 21일 오전 11시께 관가의 정보 관련 부서와 언론사에는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정보보고가 나돌았다.
지난 20일 오전부터 청와대의 율사 출신 관계비서관 등은 네트워크를 총동원,헌재의 결정에 대한 예측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뛰었다.
헌재 결정이 부정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감'을 인지한 때는 이날 저녁 무렵.
그러나 이날 밤까지도 헌재의 결정이 8(위헌)대 1(각하)이 될지는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밤늦게까지도 주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흉흉한 소문들이 나돌지만 설마 그렇게야 되겠느냐"는 발언이 오고 갔다.
청와대 일각에서 이번 주말에 출입기자들과 북한산 등반에 나서는 방안을 한때 검토할 정도였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0일 오후 5시께 미확인 첩보를 확보했다.
"헌재의 결정은 위헌이 될 것이며 위헌 이유 중에 '경국대전'이란 문구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각하라는 엇갈린 정보도 들어왔다.
이날밤 천정배 원내대표와 이종걸,김영춘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회동을 가졌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과 마찬가지로 지난 20일 거의 같은 시간에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러나 전략팀은 '한정 합헌'및 '국민투표 권고'에 무게를 실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21일 김덕룡 원내대표는 "헌재 판결과 상관없이 수도 이전에 반대할 것"이라며 강경투쟁 의지를 불살랐다.
한편 총리실은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21일 오후 신속한 대응에 나서 헌재 결정 내용을 인지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이강진 공보수석을 즉각 기자실로 보내 입장을 발표한 점이나 결정 이후 40분만에 삼청동 공관에서 긴급 고위당정회의를 소집한 점이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