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고수를 찾아서] <20> "환금성 뛰어난 '노른자위'만 투자"


이문숙씨(38)는 대학 때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벌어 썼다.
졸업 후 아파트를 장만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이 쇼핑을 다닐 때 그는 이를 악물고 저축해 단기간에 내집마련의 꿈을 이뤘다.


이씨가 스물일곱 살 때였다.
◆저축으로 27살 때 내집마련


젊은 나이에 내집마련 꿈을 이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기자였던 그는 김포 북변지구에서 32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인근 사우지구 개발호재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종잣돈은 단 7백만원.


분양가가 7천2백만원이었으니 월급만 갖고는 3개월마다 내야 하는 중도금을 치를 수 없었다.
은행 대출을 알아보니,혼자사는 여성에겐 대출한도가 너무 적었다.


신용도를 높여야 했다.


친구와 선배들에게 돈을 빌려 주거래은행의 3개월 평균잔액을 3천만원 이상으로 올려놨다.


신용대출 한도가 단번에 크게 늘어났다.


그런대로 숨통이 트였다.


그러던 중 집필했던 부동산 책에서 '대박'이 터졌다.


10만부 이상 팔리면서 인세가 1억원 넘게 들어왔다.


호재가 겹쳐 아파트값도 1억1천만원까지 뛰었다.


이씨는 이 때가 '팔 때'라고 생각했다.


발목에 사서 어깨에 팔아야 거래가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투자에 뛰어들 종잣돈이 생겼다.


◆외환위기의 아픔을 딛고


이씨에게 '외환위기'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해외교포를 상대로 부동산컨설팅업체를 시작했다가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았다.


사업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출을 끼고 덩치가 큰 부동산에 손댔다가 대출한도가 일시에 줄어드니 견디기 어려웠다.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몇 개를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모든 부동산을 급매물로 처분했다.


다 털어보니 부채도,자산도 남은 게 없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투자분석은 잘했지만 거시경제를 보는 안목이 부족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사업을 계속하면서 철도청 소속 비상근직을 겸임했다.


전국 철로를 따라 국유지를 다니면서 3년간 토지를 분석했다.


지방 개발지역이나 오지의 부동산 등 안다닌 곳이 없을 정도였다.


◆1층만 공략하는 법


이씨에겐 독특한 '1층 공략법'이 있다.


보통 저층을 '비로열층'이라고 회피하지만 이씨에겐 전혀 다른 얘기다.


우선 교통이 좋은 비핵심지역 역세권을 찍는다.


서울이라면 용산 마포 등지다.


△전세가 활발한 단지 △메이저 브랜드의 대단지 △지하철에서 걸어서 10분거리 등의 기준에 맞는 1층 분양권을 값싸게 매입한다.


그런 다음 입주시기에 맞춰 인테리어 업자에게 두 달 가량 '인테리어 모델하우스'로 임대를 놓는다.


임대가 끝나면 그 업체로부터 내부 확장시설과 소품 등을 절반 이하의 가격에 매입한다.


자연스럽게 일반 1층과는 차별화된 아파트가 되는 셈이다.


이씨는 이런 식으로 1억8천만원짜리 아파트를 3억원에 판 적도 있다.


또 하나는 1층의 대출조건을 최적화하는 것.


특히 작은 평형일수록 매수자가 대출을 많이 끼기 때문에 대출조건이 좋다면 경쟁력이 있다.


이씨는 1층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을 금리가 저렴한 3년 거치,30년 상환조건으로 받아놓았더니 불황기에도 제값에 팔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용의 꼬리보다 닭의 머리'


이씨는 단 한 번도 주택청약에 당첨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인기지역에서만 청약통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주택투자 지론은 '닭의 머리를 노려라'다.


강남구 A급지 가격이 10억원이라고 치자.


가용자금이 5억원밖에 없다고 해서 강남 B급지를 선택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인근 송파구나 서초구의 A급지 등 누구나 인정하는 '노른자위'를 골라야 경기가 어려울 때 환금하기 쉽다.


바꿔 말해 인기지역의 변두리는 투자가치가 낮다.


또 부동산을 매입할 땐 반드시 현찰을 준비해야 흥정이 쉽다.


이씨가 지난해 인기 S주상복합 분양권을 프리미엄 3천6백만원에 매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현찰' 덕분이다.


현재 프리미엄은 2억원 수준.


프리미엄을 주고 살 땐 계약 직전이나 중도금 1차납부 직전이 가장 적절하다.


자금부담을 느낀 분양권 소유자들이 헐값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급할 때 현금화 쉬운 부동산 항상 확보해야


◇은행대출 두려워말되,이자감당할 고정수입 있어야


◇부화뇌동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손절매할 땐 미련없이 과감하게 처분


◇토지 공동투자할 땐 반드시 세밀한 법적근거 마련






-추천할 만한 투자처는.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도로 철도 등이 신설된다는 얘기다.


국토개발계획상 도로 등이 뚫리는 토지가 유망하다.


주택의 경우 현재 돈있는 사람들만이 움직이는 시장이다.


고급 역세권 주상복합,희소가치 있는 부촌 아파트 등이 유망 투자처다."


-내집마련 꿈꾸는 사람이라면.


"올 겨울에 대단지 역세권에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를 사라.서울에선 입주물량이 줄고 있어 대단지 역세권은 희소가치가 있는 편이다.


급매물을 노리면 시세보다 5% 이상 싸게 살 수 있다."


-충청권 토지투자 어떤가.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돼 단기적으로 거품이 걷히겠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처다.


가격이 하락하고 각종 규제가 해제될 경우 투자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