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캠퍼스 특강]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민복기 EXR코리아 사장

민복기 EXR코리아 사장이 최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에서 MBA과정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캐포츠(Caports)의 선두주자 EXR'을 소개한다. 민 사장은 강의에서 "EXR이 3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1천4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패션브랜드로 성장한 것은 시장의 변화를 빨리 파악해 아무도 진출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영역에 진출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매니아 층을 만들어 입소문을 내도록 유도해야 하며 다른 브랜드가 모방하지 못하도록 끊임없는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의의 요약이다. ◆'캐주얼+스포츠'가 답이다=2001년 하반기 무렵 스포츠와 캐주얼 의류시장은 크게 4개로 쪼개져 있었다. 나이키와 리복으로 대변되는 정통 스포츠 의류 시장은 이미 성숙할대로 성숙해 성장세가 둔화되던 상태.휠라 헤드 등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예쁜 운동복'을 공급해 온 패션 스포츠 의류 시장은 '패션과 스포츠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비난을 들으며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고가 의류 시장은 빈폴과 폴로라는 양대산맥 외에는 발을 붙이기 어려웠으며 지오다노를 필두로 한 중저가 캐주얼 시장은 양적으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참여하고 있는 브랜드가 너무 많아 '춘추전국형' 시장으로 분류됐다. 이 무렵 유럽 및 국내 패션시장의 화두는 '스포츠'에 대한 강렬한 욕구였다. '몸매=건강=도시미'라는 가치관이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다이어트 열풍도 극에 달해 있었다. 또 2002년 월드컵,주5일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한층 더 높아질 공산이 컸었다. 하지만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와 패션 스포츠 브랜드들은 지나치게 투박해 평상복으로 입기에는 무리가 있는 제품들만을 생산하고 있었고 캐주얼 브랜드들은 '스포츠'와 관련이 있는 디자인 제품은 내놓지 못했다. 틈새는 거기에 있었다. 사람들은 '스포츠풍 평상복'을 원하고 있었지만 그 같은 제품을 제대로 공급하는 브랜드가 없었던 것이다. EXR코리아는 이 시장을 캐주얼과 스포츠의 접점이라는 뜻인 '캐포츠'라고 규정했고 2001년 8월 '캐포츠 넘버1 브랜드 EXR'란 모토로 의류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끊임없는 차별화=EXR의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생긴 지 얼마 안되는 의류 브랜드인 까닭에 불안요소는 여전히 많았다. 만일 지오다노 휠라 나이키 등이 거대한 자본을 들여 시장에 진입해 마케팅을 강화할 경우 EXR는 '그렇고 그런 브랜드' 중 하나로 묻혀 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이때부터 EXR는 경쟁사들보다 항상 한발 앞서나갈 수 있는 차별화에 주력했다. EXR의 디자이너들은 제품 출시를 위해 다른 브랜드 디자이너들보다 더 열심히 신제품의 모티브를 찾게 했다. 해외 경향 파악을 위해 출장을 보낼 때도 어떤 브랜드 디자이너도 가지 않은 곳이 전체 출장지의 50%를 넘게 했다. 또 의류와 잘 어우러지는 신발과 가방 등 주변용품 디자인에 세심한 신경을 쓰는 등 옷과 관련 용품의 '어울림'에 주력했다. 결국 독창적이고 모방이 힘든 'EXR 스타일'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차별화와 병행해 사용한 전략은 몸집 불리기였다. 2002년 EXR는 가능한 한 많은 백화점 매장에 진입을 시도했다. 연간 매출 수준이 8백억원 이상이 돼야 다른 브랜드들이 이 시장에 진입해도 차별화의 흔적이 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02년 38개뿐이었던 매장 수(백화점 매장 포함)를 2003년 1백15개 까지 늘렸다. ◆최고의 원군은 '입소문'=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제품이 판매로 이어지려면 어떤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는가도 중요하다. EXR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줄 수 있는 '마니아 소비자'를 마케팅의 초점으로 삼았다. 성공적으로 마니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다면 그들의 '입소문'에 의해 제품에 대한 광고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이를 위해 EXR는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후원했고 콘서트 파티 등 가급적 많은 문화행사도 진행했다. 거기에 인터넷 사이트,휴대폰,e메일 등 젊은 층에 소구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을 사용했다. 독특하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외국인 모델만을 내세워 브랜드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전략을 취했으며 국내 최초로 지문인식을 통해 의류 구매자들에게 마일리지를 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제품과 마케팅의 차별화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고 2004년에는 1천3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브랜드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EXR는 앞으로도 차별화에 계속 중점을 둘 것이다. 의류 시장에서는 차별화가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답보가 아닌 퇴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