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위원장에 들어 본 '동북아 허브' 계획

문정인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이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남북한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며 "서울(금융업)과 인천(물류업),개성(제조업)으로 이어지는 "황금의 3각 벨트"가 가동된다면 한국은 동북아 지역내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허브로 자리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달 1백10만원의 "박봉"을 받고 있지만 "일이 재미있어서" 신명나게 업무를 챙기고 있다는 문 위원장은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집무실에서 1시간30분 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배석한 실무자들과 답변할 내용을 놓고 즉석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이 한국의 동북아 중심 구상에 대해 상당히 견제하고 있는 걸로 안다. 상하이 외에도 선양 다롄 등을 동북아 거점도시로 적극 육성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추진하는 물류거점 전략은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다. 중국 산둥성만 해도 인구가 3천여만명이다. 동북 3성을 합치면 인구가 어마어마하다. 앞으로 이들 지역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쪽에서 아무리 (항만을) 크게 지어도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금융 허브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금융 허브는 2012년까지 한국을 자산운용업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인데,우리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자산관리 노하우를 쌓았다. 물류의 경우도 인천공항과 영종도 배후단지는 성공 가능성이 크다. 다롄이 공항을 확장한다지만 지리적으로 볼 때 허브 공항이 되기는 어렵다. 일본 간사이 공항은 이미 인천공항에 뒤져 있다. 우리의 모델은 네덜란드다. 암스테르담 같은 금융거점,로테르담 같은 물류거점을 만드는 것이다." -경제중심 전략엔 통일문제도 감안돼 있나. "최근 인천에 있는 전망대에 가보았더니 개성이 지척에 있었다. 임진강에 다리 3∼4개만 놓으면 한 시간 거리다. 서울과 인천은 이미 연결돼 있다. 통일되면 서울(금융업)-인천(물류업)-개성(제조업)을 잇는 황금의 3각 벨트가 형성될 수 있다. 이 지역은 장담하건대 아시아의 제일가는 금융 비즈니스 거점이 될 것이다. 도쿄-요코하마나 상하이 푸둥권역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 계획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동북아 중심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는가. "수도 이전을 추진해온 것은 수도권 과밀문제 해결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어떤 식으로든 엄청난 과밀인구로 홍역이 불가피한 수도권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금융 허브에 대해선 말만 많지 진척된 게 없다는 지적도 많다. "금융 허브 구축을 위한 로드맵도 만들었고,한국투자공사(KIC) 제정안도 국회에 올라 있다. 문제는 역시 규제다. 외국인들도 규제 때문에 많이 불평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 태스크포스에서 4개 부문(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에서 개선해야 할 규제 1백80개 정도를 리스트로 정리했다. 여기서 민원성으로 추린 것은 정리 대상에서 빼고,나머지를 일괄 정리할 방침이다. 관계 부처와 조율 중인데 이달 중 작업을 끝내고,11월 중 확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금융 허브는 규제를 풀더라도 돈과 사람이 모여야 한다. 어떤 인력 양성 구상을 갖고 있는가. "아직 검토 단계인데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있는 동남아중앙은행기구(SEACEN)와 같은 기구를 서울에 만들 생각이다. 여기선 민간 전문인력 양성뿐 아니라 한국은행이나 재정경제부 같은 공공섹터 인재들도 와서 금융·통화부문을 연구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한국과 중국 등이 제각기 동북아 중심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중복 투자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그 때문에 내년 3월께 한국물류학회가 주최해 한·중·일 물류 분야 정책담당자와 지자체 책임자들이 모여 동북아 물류회의(가칭)를 열 계획이다. 물류 거점과 관련해 과잉·중복 투자는 없는지 살펴보고,해결 방안을 구상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고유가 상황으로 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민·관 합동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통령은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개발·공급할 수 있게 우리도 대형 에너지 회사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러시아도 최근 로즈네프트(한국의 석유공사 같은 기업)와 가즈프롬(가스공사)을 합치기로 했다. 해외 석유자원 개발 경쟁에서 기업 덩치가 작아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합친 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냥 두곳을 합친 뒤 추가 출자해서 덩치를 키우는 방법도 있다." -경제자유구역 운영 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유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작년엔 직접투자(신고액 기준)가 전년 대비로 28.9% 줄었지만,올해는 9월까지 전년보다 81.7% 늘었다. 문제는 투자유치가 전체적인 조율 없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들이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남발하고 있는데 90%가 실행이 안된다고 보면 된다. 선거 때 급하게 투자를 유치하다보니,철저한 기획이나 타당성 검토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지방정부의 투자유치 사업을 시스템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글=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