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 시행 한달째] '제2의 신용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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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금지 특별법"이 시행 한 달째를 넘기면서 금융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음식.숙박업소와 그 종업원들에게 나간 대출금이 대거 부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신용카드사와 상호저축은행,대부업체 등에서는 "제2의 신용대란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별법 시행 3개월째인 올 연말이나 내년초쯤 이들 금융회사에서 일시에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비상걸린 카드사·저축은행
성매매 금지 특별법이 미칠 영향으로 인해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카드사들이다.
A카드사 강남지점 관계자는 "룸살롱 등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발급된 카드가 전국적으로 70만장 가량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은 그동안 워낙 씀씀이가 컸기 때문에 한 번 연체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연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때문에 이달 들어 결제일마다 연체동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는데 이용내역상 유흥업 종사자로 추정되는 회원들의 연체가 늘어나는 조짐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조짐은 이미 9월 말 연체율 통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비씨카드의 경우 1개월 이상 연체율이 지난 8월 말 5.14%에서 9월 말에는 5.25%로 뛰었다.
다른 카드사들도 비슷한 사정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모텔 등 숙박업소에 대출을 많이 해준 저축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규모가 상위 10위권인 저축은행들(한마음저축은행 제외)이 숙박업소에 대출해준 금액만도 2002년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총 8백90억원에 달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성매매 금지 특별법 시행 이후 숙박업소 등을 대상으로 대출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이 워낙 안좋아 회수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금업체들도 성매매 금지 특별법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 대금업체 관계자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경우 제도금융권에선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 대금업체를 많이 이용했다"며 "앞으로 2~3개월은 대출 회수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은행권도 긴장
은행들도 성매매 금지 특별법의 영향에 적잖이 불안해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숙박 및 요식업종의 연체율이 계속 높아져온 상황에서 이번 특별법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숙박·요식업종의 은행대출 연체율은 3.3%로 전체 평균 대비 1.3%포인트 높았다.
이에 은행들은 청량리 등 집창촌 근처 점포의 여·수신을 집계해 분석하는 등 특별법 시행 이후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보다 경기침체가 심한 지방 소재 은행들은 긴장의 도가 더 심각하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전북지역의 경우 도·소매업 숙박업 요식업 건설업 등 내수 관련 업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다"며 "요식업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에 머물렀던 연체율이 지난 9월 말에는 4%대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평균 1%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숙박업 연체율은 무려 3.06%에 달해 고심하고 있다.
◆12월이 분수령 될 듯
지난 9월 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는 3백66만1천1백59명으로 지난 8월 말보다 2만3천5백19명(0.64%) 감소했다.
8월(1만5천6백58명)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하지만 성매매 금지 특별법으로 이 같은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행 신용정보규약상 30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은행연합회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다.
따라서 성매매 금지 특별법 시행 3개월째가 되는 12월부터는 신용불량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삼성증권 유재성 금융팀장은 "성매매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4.1%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성매매 금지 특별법 시행으로 타격을 입게 되는 유흥 관련 업종의 연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이로 인해 금융회사 연체율이 높아져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