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긴급 현장점검' 동행취재 .. 광주 하남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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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경기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정부가 수십가지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피부로 느낄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연말 대란설까지 나돌고 있다.
기협중앙회의 중소기업 긴급 점검반을 따라 현장 경기를 동행 취재했다.
"정부 지원책요.
그거 아무리 많이 나오면 뭐합니까.은행들은 거꾸로 움직이는데….
납품 대금은 안 들어오고,은행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돈 갚으란 전화가 걸려오고,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광주광역시 하남산업단지에 위치한 H사의 김모 사장.
지난 22일 오후 '중소기업 긴급 현장점검'차 방문한 기협중앙회 직원들을 컨테이너를 개조한 허름한 사무실로 안내하면서 극심한 자금난부터 하소연했다.
사무실 옆 1백50평 남짓한 조립식 공장건물 안에서는 10여명의 직원들이 한창 작업 중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거래업체로부터 받은 5억원가량이 부도를 맞아 어려움에 빠졌다.
"매출이 줄지는 않았습니다.
은행 이자를 거른 적도 없고요.
그런데도 은행에서는 재무제표가 나빠졌다고 올들어 회사 신용등급을 BB에서 CC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자체 대출심사 기준이 강화됐다며 대출금 일부를 빨리 상환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은행의 독촉에 못 이겨 대출금 중 10%는 이미 상환했으며 어떻게 하든 연말까지 10%를 추가로 갚겠다고 했다.
금리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연 8%대에서 11%대로 올라간 상황이다.
김 사장은 외환위기 때도 요즘처럼 자금 회전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납품 대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다 보니 구매대금도 제때에 결제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최근 직원을 20명에서 14명으로 감축했다.
그는 "모자라는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 매일 밤 8시30분부터 12시까지 혼자 남아 직접 기계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경영상황이 나은 업체들도 자금난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안경렌즈업체인 케이원광학의 김삼수 사장은 "지난 추석을 앞두고 단기 운전자금이 달려 은행들이 긴급 편성했다는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했지만 우량한 회사들만 대출받았다"며 "정작 이 자금이 필요한 업체들은 외면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남 단지에는 회사 이름은 번듯하게 걸려 있지만 내부는 텅 비어 있는 업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회사 인근만 해도 D건설 N건설 M회사 등은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현재 산업단지공단이 파악한 휴·폐업체 수만 40여개에 달하고 있다.
광주=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