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치 없이 시장경제 없다

朴元巖 고유가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권의 명운'이 달렸다고 하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 판결을 받게 되자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수도이전은 국정과제 로드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향후 상당한 혼란과 충격이 불가피하다. 탄핵기각에 이어 수도이전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자 이해당사자들은 헌재의 재판을 승부가 주어지는 스포츠 게임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지난 번에는 어느 당이 이겼는데 이번에는 어느 당이 이겼으니 서로 비겼다고 하기도 하고, 힘이 부족해서 지게 됐다고 하기도 한다. 이렇게 판결의 결과에 치중해 승패의 차원에서 현 사태를 보는 한, 현재 우리 경제를 억누르는 불확실성의 해소나 경제 활력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모두 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법이 바로 서야 질서가 잡히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수 있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강조하는 시장경제에서도 정부가 경기 규칙을 마련하고 훌륭한 심판자 역할을 담당해야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할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위헌적 활동으로 우리 경제사회의 불안을 조장하고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지 헌재 판결의 승패에 초점을 맞춰선 안된다. 국회를 포함한 정부가 헌법 앞에 이렇게 취약해서야 어떻게 안정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까. 정부가 국민에 의해 선출됐다고 해서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선택이론에 의하면 정치인들이 시장경제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각 정당은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이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비지지세력의 표를 더 얻으려고 지지세력의 이해에 반하는 정치적 결정을 하게 된다. 과반의 유권자가 수도이전을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위헌 결정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압도적 다수로 의회를 통과한 것은 바로 각 정당이 지지도가 높지 않은 지역의 표를 얻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하다보면 반시장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위험성도 커진다. 투표에서는 한 사람이 한 표를 가지게 되지만 경제적 선택에서는 돈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경제원칙을 무시하고 표를 의식하는 정치적 결정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반시장경제적 결정을 하게 된다. 무임승차하려는 유권자의 태도도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도록 한다. 생업에 바쁜 유권자들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하지 않고 서로 남들이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서로 무임승차하려다 보면 정치인들은 유권자를 대변하는게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더 중시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탄핵을 원치 않는 가운데 국회가 탄핵을 결정하고 혹독한 시련을 겪은 것은 바로 무임승차의 문제로 볼수 있다. 이렇게 정치적 의사결정이 문제가 되는 시점에서 여당은 4대 개혁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개혁법안의 제출로 위헌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로 자유 수호의 헌법정신이 훼손될 것을 염려하고 있고, 사립학교법 개정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개발이익환수제 등 일부 제도가 이미 위헌 판결된 토지공개념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에 다시 위헌판결을 받게 된다면 국정과제 수행에 더욱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므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법과 계약은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시장경제의 활성화에 필수적이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위헌판결을 계기로 법치가 국가혁신의 한 테마가 될 수 있도록 하고 법과 경제활동의 접목을 넓혀서 시장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재 판결을 승패의 게임으로 보고 다음 게임에서 권토중래하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한 진정한 법치와 시장경제 발전은 요원하다. wapark@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