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4분기부터 둔화" .. 블룸버그, 성장률 2~3.3%로 급락

고유가 충격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이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배럴당 55달러를 넘는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상승→소비심리 급랭→제조업 경기 둔화→고용시장 불안'의 악순환을 초래,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미국 경제는 하반기 들어 소비와 투자가 활력을 되찾는 가운데 상승세가 완연했으나 고유가 타격이 가시화되면서 4분기부터는 성장폭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고유가로 경기 둔화 우려=현재 월가의 관심은 미국 대통령 선거 나흘 전인 오는 29일 발표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에 모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으로 4.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분기 실적 3.3%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월가 전문가들은 고유가 충격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면서 연말에는 경기 둔화 추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이와 증권의 마이클 모런 애널리스트는 "지난 3분기와 비교해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에너지 가격 부담으로 소비 둔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모런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은 3.3%에 그치며 내년 1분기에는 3.0%로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미쓰비시 은행의 크리스 럽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현수준보다 하락하지 않는다면 소비가 타격을 받아 올 4분기 경제성장률이 2%대로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주 잇따라 발표되는 경기 지표들도 대부분 우울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조사에 따르면 미시간대소비자태도지수는 10월분이 88.0으로 전달의 94.2에서 크게 후퇴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지난 14개월 중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부동산 지표들 역시 경기 위축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나올 전망이다. 9월 신규주택 판매는 1백15만채로 전달보다 3만4천채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기존주택 판매는 6백51만채로 전달대비 3만채 감소할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기초체력이 약하다=고유가는 미국 경제의 만성적 골칫거리인 쌍둥이(무역·재정수지)적자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8월말 현재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원유수입 가격 상승으로 인해 5백40억달러로 급증,사상 두번째로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재정적자 역시 이라크 전쟁 등 안보비용 증가로 올해 사상 최대인 4천1백26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서는 증시 침체와 달러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투자자금마저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미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해외 민간투자자들은 지난 8월 한달간 미 국채를 44억달러어치 순매도했다. 해외 민간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순매도한 것은 1년만에 처음이며,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순매수 규모가 20%나 급감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유가에 따른 물가 인상 압박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내달 10일 기준금리를 2%로 올려야 하는 입장이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통화긴축 정책을 고집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