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선전포고] 외국계, 기업접수 신호탄 올랐나

소버린자산운용이 25일 SK㈜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공식 요청,지난3월 정기주총 이후 지배구조 개선에 주력하던 SK㈜가 다시 경영권 불안에 시달리게 됐다. 소버린측은 이날 이사자격 기준 강화를 위한 정관개정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최태원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SK는 오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이사회에서 소버린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논의할 계획이다. SK는 소버린이 얼마나 우호세력을 추가로 확보했는지,소버린이 임시주총 요구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진의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정관개정은 힘들 듯 증권거래법상 1.5% 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는 누구든 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이사회는 특별한 거부사유가 없는 한 이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SK㈜ 고위 관계자는 "소버린의 요구는 지난 주총에서 이미 다룬 내용이긴 하지만 2대주주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소버린의 요구대로 주총이 소집된다고 하더라도 소집통지 등 절차를 감안하면 주총날짜는 빨라야 12월 중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주총이 열릴 경우 소버린의 정관 개정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는 것. 증권가에서는 정관개정이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임시주총이 열리더라도 통과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는 "특별결의는 총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참석과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난 3월 주총에서도 SK㈜와 소버린이 각각 유사한 내용의 정관개정안을 올렸지만 모두 부결됐다"고 말했다. ◆소버린 의도는 무엇 소버린이 통과 가능성이 낮은 정관개정안을 제시한 의도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내년 3월 주총을 앞둔 '선제공격용'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이사의 자격요건 강화'는 소버린측이 지난 주총을 앞두고 줄곧 주장해온 내용. 이번에는 '금고 이상의 형 선고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이사의 직무수행을 정지시키도록 하자'는 조항이 하나 더 추가됐을 뿐이다. 정관개정안이 통과되면 항소심이 진행 중인 최태원 회장은 곧바로 경영진에서 물러나야 한다. 따라서 소버린의 1차 목표는 최 회장 흠집내기와 이를 통한 우호세력 결집인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피터 소버린자산운용 대표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중대한 범죄행위로 유죄를 선고받은 인물로 하여금 상장기업을 경영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주주들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투자자 관리 차원에서 장부상 평가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펀드의 특성상 연말 결산을 앞두고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임시주총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SK㈜ 경영권 괜찮나 SK㈜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말 43.9%에서 25일 현재 61.01%로 18%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SK측이 확보 중인 우호지분은 오히려 줄었다. 일본 이토추상사나 채권단 등 백기사 역할을 했던 세력들은 지분을 상당 부분 팔았다. SK측은 "계열사들의 자금여력도 충분치 않아 지분다툼으로는 소버린과의 싸움이 버거울 것"이라며 "무엇보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주주들의 표심에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캐피털 웰링턴 등 소버린편에 섰던 외국인 주주들도 최근 IR 등을 통해 우호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헌철 SK㈜ 사장은 이미 소버린이 상당한 정도의 지분을 취득한데다 외국인 지분도 높은 상황인 만큼 지분경쟁을 통한 실익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말 없는 다수'의 일반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주총에서 약속한대로 지난해 말 5조8천억원에 달했던 부채 규모를 올 연말까지 4조5천억원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