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라뇨? 이젠 수출전사인데…60개국서 시장개척 '활약'

해외로 눈을 돌려 백수를 탈출하고 동시에 중소기업의 수출전사로 뛰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요원이 그들이다. 지난 상반기에만 4백46명의 해외시장 개척요원이 미국 카자흐스탄 등 60개국에 나가 이미 4천3백만달러어치의 수출계약 성과를 올렸다. 숭실대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한 성승현씨(28)도 시장개척요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대학 졸업 후 SK텔레콤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갔으나 정식 채용이 되지 않아 백수로 전전하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영업사원 업무가 그의 의욕을 충족시켜 주진 못했다. 다시 실업자가 된 그는 영업을 할 바엔 해외시장에 나가 수출전사가 돼보기로 다짐했다. 중기청에서 실시하는 해외시장 개척요원에 응시했다. 토익점수가 8백15점으로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서울중소기업청에서 열린 면접시험 과정에서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 지난 4월15일 서류가방 하나만 챙겨들고 난생 처음 해외에 자동차 장비를 팔러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의욕에 부풀어 있었지만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장을 뚫어야 할지 몰랐다. 우선 로스앤젤레스 부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면서 캘리포니아 지역에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를 모두 찾아가 보기로 작정했다. 자동차부품 업체에 전화를 걸었으나 면담조차 잘 이뤄지지 않았다. 다행히 BP라는 회사에서 미팅을 허락해줬다. 그는 첫날 자동차용 리프트 하나를 놓고 무려 3시간 동안 설득했다. 이날 그는 "제품설명에 열중한 나머지 점심시간도 완전히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덕분에 1차로 40만달러어치 수출계약을 맺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자신을 얻은 그는 캘리포니아 전역을 돌며 영업활동을 시작했다. 중기청이 지원해주는 체재비 월 9백60달러로 버티기엔 무리였으나 '젊을 때 고생은 돈을 주고 사서라도 하지 않는가'라고 되뇌이며 달러를 최대한 아꼈다. 그는 △자동차용 리프트 △타이어탈착기 △휠 밸런서 △스모그 테스터 등의 샘플을 보여주고 바이어들에게 온 정성을 다해 설명했다. 3개월이 지나자 성과가 나타났다. 그는 자동차장비 제조업체와 이미 7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 이철학씨는 인도 뉴델리에 파견돼 변압기 2백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으면서 백수에서 수출전사로 탈바꿈했다. 강경중씨는 중국 상하이로 가서 정전이 빈번한 중국시장에 발전기제품 2백만달러어치를 판매하면서 수출역군이 됐다. 최소연씨는 레바논에선 고급 승용차의 수요가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최고급 카탈로그를 제작,배포해 4만달러어치의 승용차를 수출하면서 실업자에서 탈피했다. 중기청은 지난해부터 언어능력이 우수한 미취업자들을 6주간 집중 훈련시킨 뒤 항공비 및 체재비를 제공해 해외시장에 파견하고 있다. (042)481-4465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