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잠깐의 여유 ‥ 권순한 <한국수입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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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오후,서울 근교의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문득 한 초등학교를 들렀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서는 교문이었다.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진 학교모습이 퍽 정감어리게 느껴졌다. 내 어린 시절과는 달리 모든 것들이 작게만 느껴졌다. 그 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화단엔 아이들이 정성스레 가꾸어 놓은 들국화 접시꽃 사루비아 맨드라미 등이 하나 가득 피어 있고,채소밭엔 무 배추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또 작은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놀고 있었다. 이곳 저곳을 둘러본 후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의자에 앉아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들,철봉에 매달리고 미끄럼 타는 아이들,공놀이에 땀이 흠뻑 젖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교정엔 낙엽이 져 흩어져 있었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얼굴엔 파릇파릇 솟아나는 새싹처럼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이 아이들은 어떤 꿈을 갖고 있을까? 운동선수 선생님 사업가 화가 탤런트 컴퓨터 프로그래머…. 시대가 변해서 아이들의 꿈도 다양하리라 짐작된다.
어느새 나는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어 꿈 많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동안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때 내가 꿈꿨던 희망과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가. 그리고 저 아이들이 희망을 안고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삶을 더욱 활기차게 해줄 꿈 하나가 새롭게 피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리처드 버크의 말처럼 일상생활에서 한 차원 높여 좀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안목으로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같은 시간을 살지라도 그 내용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사람은 음식 없이는 약 40일,물 없이 3일,공기 없이는 8분을 살 수 있지만 희망이 없으면 단 한순간도 견딜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내일의 희망이 있는 사람은 오늘이 힘겨워도 기쁨으로 이길 수 있다. 오늘이란 선물을 보다 값지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에는 행운의 여신도 미소로 화답할 것이며,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꽃씨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조그마한 새싹이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듯이 깊은 가을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처럼 소중한 꿈과 희망이 가득 담긴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