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형 뉴딜에 앞서 해야할 일
입력
수정
兪炳三
며칠 전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경제에 관해 크게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단기적으로 '뉴딜형 종합투자계획'을 통해 경기활성화를 추진하고 내년도 성장세를 5%대에서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경제의 장기적 측면에서는 규제개혁을 획기적으로 추진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며, 국정의 큰 방향을 인적자원개발, 기술력 제고, 개방경제체제 구축에 두고 중장기 국가경쟁력 강화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한다.
원론적으로 모두 다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경제의 시각으로만 본다면 특히 장기정책 부분은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내용들이다.
그러나 뉴딜형 투자계획은 2년에 가까운 현 정권과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조바심이 이는 면이 있다.
작년에 우리 경제는 3.1% 성장하는데 그쳤고 올해는 4%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완만하나마 상승세를 보이던 경기선행지수도 지난 5월부터는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별히 잘못된 경제정책이 있었기에 그러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경제당국이 추진한 그 동안의 정책은 큰 흐름에서 대체로 수긍이 가는 것들이었다.
소비진작과 투자촉진을 위한 정책들이 여러번 시행됐고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도 인하된 바 있다.
시중 자금사정도 긴축과는 거리가 먼 상태가 유지됐고 예상을 훨씬 넘어선 수출호조도 지속됐다.
그럼에도 경제는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장하자면 경제정책으로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전문용어로 표현하면 소위 승수효과가 실종된 모습이다.
이런 형편에서 정부는 '뉴딜형 투자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보통 때라면 기대를 해봄직 하지만 현 상태에서는 이전의 투자촉진정책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리되면 근래의 급속한 유가상승과 함께 어두워지는 대외환경이 복합돼 불황은 지속되고 물가는 상승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니 현 상황의 원인을 살펴 제거하는 노력이 뉴딜형 투자계획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근 2년간 경제를 어렵게 해온 원인은 무엇인가.
만성적인 노사갈등, 외환위기를 겪으며 확대된 빈부격차, 가계부채 문제, 일부산업을 제외한 기술혁신의 부진, 주5일제의 시행 등 경제가 안고있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불황은 한마디로 '정치발(發) 불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집권층이 만들어주는 경제의 외부환경은 경제를 외면한 것이었다.
수도이전, 과거사 정리, 국가보안법 폐지 등은 절반을 갓 넘은 지지율로 집권한 정부가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이를 성사시키려는 것은 곧 투쟁을 의미하고 절반에 가까운 국민을 반대편으로 몰아 세우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이런 일에 몰입하는 것은 그 자체가 경제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드리우는 것이다.
특히 현 정권은 '조급증'에서 벗어나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지향하는 사회가 국민의 공감을 얻는다면 집권연장은 자연히 이뤄질 것이며, 후임자가 보다 넓은 합의하에 개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지금이 전무후무한 집권인 듯 굵직한 사안을 모두 밀어붙이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국론은 분열되고 본인보다 남의 탓을 먼저 하는 성향이 팽배해지는 작금의 상황을 보라. 대통령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국민들이 적절한 화음을 내도록 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중 한가지로 당장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수용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불확실성은 통계로 계측하기 어렵다.
딱히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사건을 모두 나열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현재의 정치발 불확실성의 크기는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기에 현 정권은 이러한 가능성들을 성찰해 제거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 승수효과도 살아나 뉴딜형 투자계획이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