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 요즘 '日지진' 회의중예요‥LG마이크론 조영환 사장

"요즈음 웬만한 국내 제조업체들 중 '일본 니가타현 지진 대책회의'를 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부품공급에 차질이 생길까봐 걱정되기 때문이지요. 일본에 대한 부품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국내 대표적인 전자부품업체인 LG마이크론의 조영환 사장은 28일 기자와 만나 국내 전자산업를 비롯한 제조업 전반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겉으로는 일본기업을 다 따라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오히려 더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자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번듯한 완제품을 만드느냐'에 달려있는 게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핵심부품을 자체 생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 사장은 "기초소재 및 핵심부품 개발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조립능력만 좋아진 국내 전자산업은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며 "포토에칭이란 핵심기술을 갖춘 LG마이크론조차도 철강 유리 등 원재료는 모두 일본에서 가공한 제품을 쓰기 때문에 일본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곤 한다"고 토로했다. 조 사장은 이런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부품산업 육성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개별 기업들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등 핵심 부품 국산화를 위해 전력해야 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조 사장은 LG마이크론의 R&D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내년 중 LG이노텍과 함께 서울 근교에 공동 R&D센터를 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수 인재를 대거 확보하는 동시에 같은 부품업체인 LG이노텍과 공동연구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70명 수준인 R&D 인력도 오는 2007년까지 3백명선으로 늘릴 계획이다. LG마이크론은 R&D센터가 경북 구미에 위치한 탓에 그 동안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조 사장은 강화된 R&D 부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지난해 4천9백24억원에 그쳤던 매출을 내년 1조원,2010년 2조5천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LG그룹 차원에서도 부품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LG전자 LG마이크론 LG이노텍 LG필립스LCD LG화학 등 계열사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있는 것도 신제품 개발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