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머리 것은 머리에, 꼬리 것은 꼬리에

성선경 결실의 계절,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덩달아 고3 학생들에게도 결실을 맺는 입시(入試)철이 다가왔다. D-데이 몇 일 하는 아라비아 숫자판이 칠판 한 귀퉁이를 장식하고 그 숫자는 매일매일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요즘 대학의 입시 자율성 문제가 자못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고교등급제 논란과 더불어 본고사 금지 등 교육부의 평등주의 노선에 대하여 대학 총장들의 반발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대학들의 반발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느껴진다. 교육은 학생의 선발에서부터 교육과정 졸업 후 진로까지 그 학교에서 자율권을 갖고 책임지도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는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해주고 학교도 학생 선발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최근 대광고등학교에서 강의석 학생이 예배선택권을 주장하며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아 생기는 모순이다. 자기가 다니고 싶은 학교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는 없는가? 학교는 가르칠 학생을 마음대로 선택할 자율권을 가질 수 없는가? 대학은 전혀 변별력이 없는 학생종합기록부와 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어떻게 학생을 선발하라는 것인가 하는 것이 주된 주장이고,교육부는 평등권을 내세워 고교등급제와 본고사실시,기여입학제 등을 3불정책으로 못 박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고등학교만 이 눈치 저 눈치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뭐가 그리 어려운가? 머리의 것은 머리에게,꼬리의 것은 꼬리에게 주라. 이런 우화(寓話)가 있다. 용궁에서 고이 자란 공주가 어느날 달을 갖고 싶어 했다. 그러자 용궁의 많은 신하들이 어떻게 달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러나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너무 크기 때문에,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모두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용궁의 광대에게도 이 문제를 물어보았다. 광대는 쉽게 대답했다. 달을 갖고 싶어 하는 공주가 가장 잘 알 것이므로 공주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하였다. 공주는 달이 은(銀)으로 되어 있으며 엄지손톱만 하다고 하여 엄지손톱만 하게 은(銀)으로 달을 만들어 목에 걸어 주었다. 또 문제가 생겼다. 다시 달이 떠오르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또다시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용궁의 광대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광대는 또 쉽게 대답했다. 이 문제도 공주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하였다. 공주는 이빨도 빠지면 다시 나니까 새 달이 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다. 용궁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그렇다. 모든 문제는 그 문제의 원인 제공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이제 이 문제도 그들에게 맡겨보자.고등학교의 문제는 고등학교에게,대학의 문제는 대학에게 맡겨보자.문제가 생기면 그 때 다시 논의 해보자. 사립학교법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립학교 경영자를 무슨 잠재적 범법자 취급을 하는 현실이 못마땅하다. 지금까지 우리교육의 일익(一翼)을 사학이 맡아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들을 이제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들에게 더 큰 자율권을 줘보자.그들에게서 더 혁신적인 방안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지금도 조목조목 옥죄어 학교 수위가 학교장으로 앉아도 도장 찍는 기계노릇은 할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자율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한 번 그들을 믿어보자.더 큰 자율권을 줘보자. 개혁이란 명분(名分)을 버리고 실리(實利)를 택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평등주의 노선으로 우리나라 대학들은 모두 세계 2백위권 밖에서 서성이고 있지 않은가? 자율과 자유경쟁의 시대에 교육도 경쟁할 수밖에 없다. 원하는 학교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게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두 자율권을 주자.머리의 것은 머리에게 주고 꼬리의 것은 꼬리에게 주자.이제 우리는 스스로 자율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한 번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