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증시] FRB 금융정책 '재부각'

뉴욕 증시는 지난 주 롤러 코스트를 타듯 급등락을 거듭했다. 특히 유가가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지난달 25일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했던 다우지수는 유가가 떨어지면서 연 이틀 1백포인트 이상 오르는 상승세를 연출했다. 한 주 전체로 다우는 2.8%,나스닥은 3.1% 상승했다. 요동을 치던 주가는 한 주를 마감하는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달 29일 차분한 움직임을 보였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탓인지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29일엔 에너지 주식들이 올랐다. 엑슨 모빌이 1.3% 상승한 49.22 달러, 코노코필립스는 1.6% 오른 84.31 달러를 기록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 (GDP) 기준 경제성장률은 3.7% 로 잠정 집계됐다. 2분기의 3.3 % 보다는 높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치 4.2% 에는 못미쳤다. 하지만 성장 동력의 90% 정도가 소비인 것으로 나타나 위축됐던 소비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리먼 브러더스의 미국 지역 수석투자담당인 칩 딕슨은 "시장은 태풍이 몰아치기 전 고요한 상태 같다"며 "2일 열리는 대선과 유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대선에 북박혀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선거 이틀 전까지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치열한 접전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로선 방향을 잡기 어렵게 됐다. 투자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대선 보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 금리정책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공화당은 민주당 보다 증시 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그런 믿음에 따라 월가는 케리 후보 보다는 배당소득세까지 깎아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주가는 민주당 정권에서 공화당 정권 때보다 더 올랐다. 특히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던 때는 집권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다를 때였다. 80년대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와 90년대의 빌 클린턴 대통령 때 주가가 많이 올랐다. 노던 일리노이 대학의 금융학 교수인 스코트 베이어는 "사람들은 경제가 좋아지거나 나빠질 때 실제 이상으로 대통령의 공이나 책임으로 돌리지만 경제나 증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정치가 아니라 금융정책"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느 당이 정권을 잡는지에 상관없이 금리가 떨어지면 주가는 오르고,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금리는 올라가는 기차를 탔다. 연 1.75% 인 단기금리를 경기에 중립적인 수준인 연 3-4%로 점진적으로 올린다는게 FRB의 방침이다. 주식시장이 한동안 부진했던 것도 그같은 금리 상승 추세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선 후 첫번째 열리는 FRB의 금리결정회의는 10일이다. 이번 주 5일엔 10월 고용 지표가 발표된다. 신규 일자리가 17만6천개 정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월엔 허리케인으로 고용이 주춤했던 탓에 10월에는 반사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4일에는 노동생산성이 발표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