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티은행 1일 출범] 소매.기업금융등 전방위 격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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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3-4개가 합병하는 것보다 더 위협적이다"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가 결정됐을 당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한 말이다.
이런 경계심은 비단 김 전 행장만 가졌던 게 아니다.
우리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모두 "씨티 경계령"을 내려놓고 있다.
그 경계의 대상이 드디어 "한국씨티은행(CitiBank Korea)"이라는 새 간판을 달고 1일 닻을 올린다.
한국씨티은행은 2일 공식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전략과 목표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동안 하영구 행장을 비롯한 행내외 관계자들이 들려준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은행권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를 짐작해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자산 90조,시장 점유율 10%가 1차 목표
한국씨티은행의 규모는 자산 66조원,지점 2백38개,직원 4천여명으로 국내 7위에 해당된다.
씨티은행측은 오는 2007년까지 자산을 최대 90조원으로 키우고 시장점유율도 현재의 7%(한미+씨티 서울지점)에서 10%로 늘려 3~4위권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한국씨티은행은 은행영업의 양대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자금융과 기업금융에 리차드잭슨 전 씨티은행 서울지점 소비자금융 대표와 마이클 징크 기업금융 대표를 각각 임명했다.
씨티은행 중심의 영업전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소비자금융은 씨티은행이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분야로 공격적인 확장정책을 펴고 기업금융은 씨티은행의 노하우에 한미은행의 중소기업 고객을 결합시켜 시너지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여신을 담당하게 될 한미은행 출신의 김경홍 부행장은 "앞으로 기업금융 부분은 "대기업=씨티은행,중소기업=한미은행"의 쌍두마차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최대 무기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씨티의 경쟁력중 가장 경계할 부분은 글로벌 네트워크"라며 "그런 점에서 오히려 소비자금융보다 기업금융 쪽에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평한 바 있다.
국내 은행들은 갈수록 글로벌화 되는 국내 기업들의 활동에 걸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왔는데 전 세계에 영업망을 두고 있는 씨티가 국내 기업고객들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하면 그 파괴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합은행은 소비자금융과 기업금융을 5대 5의 비중으로 가져갈 것"이라는 씨티은행측의 설명도 이런 경계심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영구 행장은 특히 중소기업 부문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뜻임을 강조해 왔다.
그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도 "약 3만5천개의 중소기업 고객에게 더 광범위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선진 리스크 관리기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해 이 부분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불붙은 PB시장 경쟁
씨티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거액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PB시장에서도 경계의 대상이다.
투자대상 상품을 전세계에서 발굴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국내 은행들도 PB영업을 대폭 강화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지난 2월과 5월 PB영업팀을 부행장급이 총괄하는 본부로 격상시키는 등 전격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국민은행은 또 지난 4일 일산에 "골드 앤 와이즈 PB센터" 13호점을 개설한 것을 비롯,올 연말까지 PB센터를 20개로 늘리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웰스 매니지먼트 센터 2호점"을 내달초 서울 강남 인터콘티넨털 호텔 1층에 개설키로 하고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PB 전문인력을 현재 72명에서 연말에 2백명,내년말에는 4백까지 확충해 현재 70개인 PB 영업점 수를 연말에 2백개,내년말에 4백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PB사업의 전문성과 맞춤형 서비스 확대를 위해 간접투자상품과 맞춤형 상품 개발을 위한 연구와 기획업무를 전담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팀을 신설했다.
통합 시너지효과는 상당기간 소요
국내 은행들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한국씨티은행의 파괴력이 당장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씨티와 한미 두 은행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려면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은 당분간 씨티와 한미,두 은행의 인사 급여체계 등을 혼합해 운용하다가 2006년부터 통합된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방침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씨티+한미"의 통합 시너지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 역시 "예정된 일정에 따라 공식 출범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지금부터 통합을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야할 정도"라며 "두 조직이 완전히 통합될 때까지 앞으로 1년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