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정을 딱 놔버려라" 선원장급 선사 법문집 '禪, 너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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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성철 스님이 죽비를 들어보이며 '이게 보이나?'라고 물었다.
'보입니다'라고 대답하자 '뭘로 보느냐'고 했다.
'눈으로 보지요"라고 대답하자 이번에는 전등을 탁 끄더니 '보이나?'라고 다시 물었다.
'안 보입니다'라고 대답하자 '눈으로 본다고 했는데 그 눈은 어디 갔나,왜 안 보이나'라고 추궁했다.
'깜깜하니까 안 보이지요'라고 했더니 '고양이나 올빼미는 깜깜할수록 잘 보는데 너는 그것도 못 보나? 너는 누가 보는지를 모르고 있구나'라고 다그쳤다."
열세살 때 해인사로 출가한 제주도 남국선원장 혜국 스님이 '참 나'를 찾아나선 계기다.
혜국 스님은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 진실되게 사는 법'을 배우라고 권한다.
그 방법은 바로 참선이다.
'禪(선),너는 누구냐'(여시아문)는 이처럼 산중에서 참선 수행해 온 전국의 선원장급 선사 11명이 지난 봄 서울 조계사에서 잇달아 대중들에게 던진 사자후 법문을 모은 책이다.
고우(각화사) 무여(축서사) 대원(학림사) 함주(법주사) 현산(화엄사) 영진(전 조계종 기초선원장) 지환(조계종 기본선원장) 혜국(석종사) 현웅(육조사) 도현(쌍계사) 설정(수덕사) 스님 등이 선의 본질과 의미,화두 드는 법 등 간화선의 요체와 수행방법 수행담 등을 들려준다.
각화사 태백선원장 고우 스님은 "중생이 부처 되기 위해 참선한다는 생각을 내면 틀린 소리이며 시간만 낭비된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본래 부처여서 똑같은 작용을 하고 있지만 부처님과 같은 효능을 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내가 없다(無我)'는 것을 확인하면 모두가 똑같이 부처임을 알게 된다고 설명한다.
법주사 총지선원장 함주 스님은 똑같은 새소리를 듣고도 '슬프게 운다' '기쁘게 노래한다'고 생각하는 게 인간이라면서 "기쁜 마음,서러운 감정,성내는 마음….자기에게 있는 모든 감정을 '딱' 놔버리라"고 일러준다.
축서사 주지 무여 스님은 "마음을 놓아라,비우라,쉬어라라고 하는 것은 일체의 마음작용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바로 쉬면 깨친다"고 설명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