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미국 대선과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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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살고 있는 뉴저지주의 작은 도시 리지우드 고등학교에선 지난 주말 모의투표가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대상으로 한 모의투표는 고등학생들이 장난으로 해본게 아니라 서무실에서 직접 실시했다.
그 결과 리지우드 고등학교에선 부시 대통령이 이겼고 뉴저지주 고등학교 전체에선 케리 후보가 승리했다고 한다.
작은 예지만 미국의 어린 학생들은 일찌감치 정치에 노출된다.
TV와 신문 같은 뉴스 미디어가 아니라 학교의 도움이나 부모의 노력으로 정치 현장을 직간접으로 체험한다는 얘기다.
한국 부모들이 '더러운 정치판'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멀리하려는 것과 사뭇 다르다.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앞에서 좋아하는 후보의 이름을 적은 피켓을 들고 친구들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들은 투표권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지지 후보를 정했고 그 후보를 멀리서나마 성원하기 위해 피켓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가 공식적으로 대선 후보로 지명된 전당대회장에서도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행사 내용을 취재하고 행사장에 온 유명 정치인들과도 인터뷰를 해 관심있는 전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인터넷에 올렸다.
대선을 앞두고 뉴욕 맨해튼의 한 복판인 록펠러 센터 앞에는 '민주주의 광장'이 차려졌다.
독립전쟁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비디오와 설명서가 비치돼 있다.
미국 대통령들이 타고 다녔던 비행기 '에어포스 원' 모형과 백악관 집무실 책상도 갖다 놨다.
미국 민주주의의 발전상을 알 수 있는 이곳에 어린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을 하루 앞둔 1일에도 초등학생 수백명이 다녀갔다.
어른들마저 외면하는 한국 정치와 달리 미국 정치는 어린이들에게까지 다양한 형태로 다가간다.
일찍부터 그런 현장에 노출된 어린이들이기에 일반적으로 의사표시 능력이 뛰어나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나 생각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