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해찬 총리에 힘실어주기?

2일 국무회의는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것도 아니고 다른 공식 일정이 많은 상황도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오히려 근래 드물게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청와대 안에 머물렀다. 이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을 두고 정부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여야 사이에 끼여 운신이 어려워진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정면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 속에서조차 "이 총리가 무리했다"며 국회 파행과 과도한 여야 대치정국의 직접적 원인 제공자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이번 사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해외)순방 중 정책과제에 대해 종합적인 리스트를 만들어 총리를 중심으로 잘 협조하라"고 참모진에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청와대와 총리실의 업무분장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협조체제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무회의 주재권까지 넘겼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일상적 국정운영은 이미 이 총리 중심으로 하고 있다"며 "이번주 국무회의는 주요 토론 안건이 없는 실무형 회의인데다 국회의 대정부 질문이 예정돼 있어 장관들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이 다음주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동남아국가연합(ASEAN)+3 등 국제회의에 잇달아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 준비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설명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가 한나라당으로부터 사퇴압력까지 받는 상황에서 국무회의 의사봉을 건네받은 것은 일상적 국정운영을 위임하는 수준을 넘어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분권형 실세 총리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배려라는 해석이다. 이 총리는 지난 9월14일 한차례 국무회의를 주재한 적이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