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LG전자 상대 수입금지 신청] PDP경쟁서 뒤지자 특허소송

일본 마쓰시타가 LG전자를 상대로 특허전쟁을 선포한 배경에는 나름대로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마쓰시타는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분야에서 이미 6세대까지 투자를 완료한 샤프,삼성과 손을 잡은 소니와 달리 PDP 부문에 디스플레이 사업의 명운을 걸고 있는 업체다. '파나소닉'이라는 유명한 브랜드와 세계적 수준의 마케팅 능력을 갖고 있는 마쓰시타로선 PDP사업만 본 궤도에 오르면 세계 디지털 TV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SDI LG전자 FHP(후지쓰와 히타치의 합작법인) 등이 주도하는 PDP시장의 진입장벽이 너무 견고하다는 점이 마쓰시타의 고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9백억엔을 들여 효고현 아마가사키에 월 2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PDP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3강'의 세력판도를 허물지 않고서는 최적의 양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방열기술이 쟁점 LG전자와 마쓰시타 간 PDP 모듈 특허분쟁의 핵심은 '방열기술'이다. 이는 뜨거워진 PDP 패널을 식히는 데 쓰이는 기술로 이와 관련된 특허 2개가 모두 자사 소유라는 게 마쓰시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마쓰시타가 최근 두 회사가 진행해오고 있던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특허료를 더 받아내기 위해 수입금지 신청을 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4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마쓰시타는 자사의 특허가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높은 평가를 요구한 반면 LG전자의 특허가치는 합리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며 "마쓰시타가 협상에서 수세에 몰리자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쓰시타가 자사의 특허라고 주장하는 기술은 PDP 이전에도 평판디스플레이(FPD)와 LCD 업계에 이미 널리 퍼져 있던 기술이어서 특정업체의 특허가 될 수 없다"며 "따라서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양사의 '특허 파워'가 거의 대등한 수준이며 △표시품질 개선기술 △고해상도 기술 △저소비 전력화기술 등의 분야에서는 LG전자가 오히려 마쓰시타보다 앞선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3월 일본 특허청이 펴낸 '특허출원기술 동향조사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4천여건의 PDP 관련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고 올 들어서도 매달 1백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지식재산권 분쟁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쟁 장기화될 듯 마쓰시타뿐만 아니라 LG전자의 입장도 워낙 강경해 이번 분쟁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LG전자는 이 같은 사태가 일본뿐만 아니라 마쓰시타가 진출한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면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해놓은 상태다. 자칫 마쓰시타에 밀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일본 내 다른 PDP 업체들이 유사한 행동에 들어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게다가 이번 분쟁은 지난 4월 특허분쟁이 발생한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에 협상으로 타결된 삼성SDI-후지쓰의 경우와 달리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이 틀어진 뒤 마찰이 불거졌기 때문에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사안이 협상을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마쓰시타가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특허계약 체결을 위해 국제관행을 어겼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PDP 분야가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몇 달 만에 기술의 흐름이 바뀌는 첨단산업인 만큼 적절한 수준에서 양측이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LG전자가 PDP 업계의 신흥 '4강'을 꿈꾸는 마쓰시타를 상대로 이번 특허분쟁을 어떻게 해소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