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LG전자 상대 수입금지 신청] 한국 전자산업 약진에 위기감

일본 전자업체들은 해외 경쟁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세관의 수입금지 조치를 유난히 자주 이용하고 있다. 지난 4월 후지쓰가 삼성SDI를 상대로 수입금지조치를 요청한 이후 거의 매달 비슷한 사례들이 잇따랐다. 이 같은 양상은 반도체 LCD PDP 유기EL 디지털 TV등 첨단 제품에서 한국업체의 약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일본업계의 견제 심리에 일본 당국의 적극적인 동조가 결합해 벌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지난 70년대 이후 탁월한 원천기술과 부품·소재 분야의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전자시장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자랑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등에 추격을 허용하면서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의 유력 경제주간지들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잇따라 대서특필하며 일본업계의 분발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 관계자는 "요즘 서울에 주재하고 있는 일본 기자들이 삼성 내부의 세세한 동향까지 캐묻고 다니는 사례들이 여러 번 포착됐다"며 "관심이라기보다는 경계하는 쪽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업체에 대한 일본업계의 위기감은 이번에 재차 분쟁 대상으로 떠오른 PDP시장을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PDP 시장은 일본기업이 전체 시장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강력한 독점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삼성SDI LG전자 등이 신기술 개발 및 설비증설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50%선까지 끌어올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세계 1,2위 자리를 한국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어 일본 기업들은 졸지에 군소업체로 전락할 상황에 내몰렸다. LCD도 일본엔 뼈아픈 품목이다. 일본업체들은 부품·소재 분야의 전통적인 비교우위만을 믿고 투자를 게을리하다가 어느 순간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에 추월당해 버렸다. LCD시장의 성장 속도가 예상외로 빨라지자 투자시기를 놓친 소니 같은 기업은 삼성과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유기EL(OLED)과 2차전지 분야도 삼성SDI와 LG화학 등이 일본을 앞질렀거나 턱밑에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자기술의 융·복합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 시비가 다른 품목들에서도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품·소재 부문에서 특허분쟁이 야기될 경우 정보력과 대응능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협력업체와의 기술협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 지식재산권 분쟁에 적극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