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을의 가르침 ‥ 차석용 <해태제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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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 되면 온 산과 들을 물들인 단풍에 취해 상념에 빠지곤 한다. 올해도 예외가 없을 듯하다.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이 어우러져 멀리서 바라만 봐도 추객(秋客)의 마음을 설레게 하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해서 계절마다 느끼는 풍미도 다르지만 뭐니뭐니해도 제일은 '가을 정취'라고 생각한다.
가을은 여름내 뙤약볕 아래 있던 우리를 시원한 그늘 아래로 모이게 하고,들녘을 노랗게 물들여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지 않는가.
산과 들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매직 카펫처럼 깔리고 나무 잎새는 저마다 갈아 입은 가을 옷을 한껏 뽐낸다.
자연은 이런 계절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베풀면서 일상에서 잊고 사는 소중한 교훈을 일깨워준다.
가까이서 보면 아름다울 것도 없는 것이 거리를 두고 보면 볼수록 아름다워지는 단풍처럼 일상의 사소한 것에 얽매여 마음 상하지 말고 크게 멀리 봄으로써 인생을 너그럽게 대하라는 교훈을 넌지시 건넨다.
이른 아침 북한산자락을 오르다 보면 가을 향기만큼 상쾌하고 신선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온 몸 구석구석에 찌든 도시 공기를 밀쳐 내고 세포 하나하나를 살아나게 하는 가을 향기 속에서 하루 일과를 구상하고 한 달의 계획을 짜다 보면 한 해가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기업 경영자로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내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고 직원들에게도 존경받을 수 있게 되길,그리고 그들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자연을 닮은'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선 안팎으로 나를 갈등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 방에 있는 작은 오디오는 나를 그런 '준비의 시간'으로 이끄는 통로다. 음악이란 것이 묘한 힘을 갖고 있어 깊이 빠져들수록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주는 듯하다.
특히 '자아성찰'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에는 음악에 심취하다 보면 어느새 푸른 잎사귀들이 옷을 갈아 입듯이 나 자신도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
오는 주말에는 공해에 찌든 아스팔트 도시를 떠나 자연내음 가득한 시골에 가서 낙엽카펫이 깔린 길을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엔 자연이 내게 준 소중한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