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美 대선] (이모저모) 세계가 숨죽인 6시간 당락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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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숨죽인 6시간의 드라마.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는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되는 6시간여동안 손에 땀을 쥐었다. 초박빙세를 반영하듯 투표율도 높았다.
2000년 대선에서 오보사태로 홍역을 치른 언론들은 전례없이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잠정투표는 예측 판단 미스로 용지가 모자라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2004년 대선이라는 대장정이 일단 마무리됐지만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004년 정치적 혼란지였던 플로리다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주목을 끌었다.
미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수백명의 기자가 주도(州都) 탤러해시를 찾았고,심지어 아랍의 알자지라 방송기자까지 이곳에 도착,취재를 했다.
여기에 공화ㆍ민주 양당의 변호인단,선거감시요원,시민단체 관계자들까지 수천명이 몰려들어 플로리다가 이번 선거의 최대 접전지이자 관심의 초점임을 실감케 했다.
플로리다가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미 전역을 '정치적 대공황'으로 몰아넣었던 2000년 대선의 재검표 논란이 다시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이다.
플로리다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재검표 소동을 겪은 뒤 기존의 천공식 투표방식에서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했다.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미국 대선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잠정투표 용지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다.
언론들은 1천3백개 선거구중 50∼60곳의 선거구에서 잠정투표 용지가 부족,일부 투표자들이 투표를 못하거나 수시간 뒤에 새로운 잠정투표 용지가 도착한후 투표를 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잠정투표 용지 부족사태는 오클랜드에서 특히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잠정투표는 투표자들이 선거등록 명단에 없을 경우 일단 투표를 허용한뒤 나중에 합법한 유권자로 확인될 경우 이를 정식투표로 인정해 주는 것으로,용지가 일반 투표용지와는 다르다.
○…지난 7월 보스턴 전당대회에서 급부상한 민주당의 차세대 지도자 바랙 오바마(42·일리노이주)가 상원의원 선거에 당선,미 의회 역사상 다섯번째 흑인 상원의원의 꿈을 이루게 됐다.
"언제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느냐"는 공세에 시달릴 만큼 인기를 모은 오바마는 압도적 차이로 공화당 라이벌이자 흑인후보 앨런 키스에 완승했다.
오바마는 또 이날 승리로 1백명의 미 상원의원 중 유일한 흑인의원으로도 기록됐다.
'하이브리드(혼혈)흑인'으로 컬럼비아대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법대)를 졸업한 인권변호사인 그는 하와이에서 케냐출신 아버지에 백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지만 인도네시아계 의붓 아버지 밑에 자란 입지전적 인물이다.
○…최대 격전지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면서 출구조사 발표까지 지연된 오하이오주에서는 2일 투표종료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투표소에 나왔는데도 불구,투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처리를 놓고 법원과 주 당국간에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 같은 대립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투표종료 시간인 오후 7시30분(현지시간)이 지났으나 좀처럼 투표소의 유권자 줄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이 지역의 민주당 선거운동본부는 앞서 투표종료시간이 가까워지자 수시간씩 기다리던 유권자들이 투표가 계속 지연될 경우 투표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면서 지방법원에 신속하게 투표를 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지방법원의 앨제노 마블리 판사는 긴급심리를 갖고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선거당국 등에 대기중인 유권자들이 신속하게 투표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라고 판시했다.
○…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 리로이 차오씨(44)가 e메일을 통해 우주에서 대선투표에 참가한 첫번째 미국인이 됐다.
차오씨는 3백60㎞ 아래 떨어진 곳에서 투표가 시작된후 "이번 투표는 내가 할 수있는 가장 작은 일중 하나일 뿐이지만 어떤 사람도 투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투표용지는 휴스턴의 우주통제센터로 안전하게 전송된 다음 다시 그의 주소지인 텍사스주 갤베스톤 카운티 군청으로 보내졌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