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집권 2기] (전문가 긴급좌담) "북핵문제 미 주도권 인정해야"

[ 참석자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신민영 LG경제연 연구위원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회 =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국경제신문은 4일 경제·통상·외교 분야 전문가 세명을 초청,2기 부시행정부 출범이 세계 경제 및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는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부시의 재집권은 미국내 정권교체로 인한 불확실성 감소와 자유무역기조 유지 등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중동정세 불안으로 인한 고유가 지속과 달러약세 지속 등 부정적인 영향도 함께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핵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추진해온 한·미 관계 재조정 전략을 재검토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미(對美)외교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사회)=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미 대선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크게 두가지 의미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선거 결과가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새로운 세기에 미국이 어떤 방향으로 세계 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탈냉전 이후 미국이 세계 유일의 패권 국가로 부상해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은 세계의 거의 모든 문제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 정세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의지에 따라 어느정도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특히 북한 핵 문제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미국 대선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사회=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향후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외교정책과 대테러 전쟁으로 인해 중동지역 불안이 고조되면서 고유가가 지속돼 왔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약(弱)달러'정책도 외환시장에 있던 국제 투기자금들의 원유시장 유입을 부추겨 고유가의 한 원인이 됐습니다. 부시가 재선돼 고유가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더 커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도 세계경제가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유가가 지속되면 경기 하강폭은 더 커질 것입니다. 정치적인 경기순환을 고려하면 부시 재선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케리가 대통령이 됐으면 부시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생각으로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치중해 경기가 하강할 가능성이 컸는데,부시가 재선돼 이런 불안감은 없어졌습니다. 감세정책을 통한 경기부양도 지속될 것입니다. △정 교수=미국의 정권교체는 새로운 정책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의미했는데 이런 면에서 부시의 재집권은 세계 경제 회복세가 조금 더 유지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약간 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이 경우 미국이 통상문제 등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사회=선거 과정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건 내년 국제 통상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왜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까. △정 교수=미국 내에서 제일 큰 문제는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입니다. 이 문제 때문에 국제 통상환경이 다소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통상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 대한 입장만 하더라도 부시가 훨씬 더 포용적입니다. 대테러 전쟁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비판 여론이 높기 때문에 통상문제에까지 국제적 분쟁의 불씨를 제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사회=국제 금융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 △신 위원=주식시장은 실물경제와 같이 움직이는 측면을 고려할 때 고유가와 중국의 긴축기조 등으로 실물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주식시장도 힘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한 달러'를 지지하는 케리가 대통령이 됐다면 미국 주식시장은 보다 활기를 띠었을 겁니다. 그러나 부시의 '약한 달러' 정책은 주식시장을 보다 침체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겁니다. △사회=부시 2기 행정부에서도 이전과 같은 강경 외교정책이 지속될까요. △고 교수=이라크 전쟁과 대테러 전쟁 등에서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 정책이 초래한 문제점이 많습니다. 미국이 앞으로 경제를 생각한다면 일방주의에서 다소 상호의존적 관계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전략도 재검토하지 않을까요. '힘을 통한 세계패권'이라는 전략을 2기 행정부에서도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큽니다. △사회=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말씀해 주시지요. △신 위원=앞서 말씀드렸지만 고유가로 인한 경기 둔화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또 환율이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국내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입니다. 부시의 강성 기조 때문에 한국의 국가위험도(country risk)가 높은 상태를 지속할 것이라는 것도 부정적 영향입니다. 다만 부시는 케리보다 자유무역을 중시하기 때문에 통상 부문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사회=북한과의 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고 교수=미국은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위해 북한 위협론을 상당 기간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 긴장 고조는 계속 될 것입니다. MD체제 구축은 중국으로서는 달갑지 않기 때문에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을 압박해서 핵을 포기하게 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마지막으로 노무현 정부가 이번 대선 이후 한·미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고 교수=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미 간의 정책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당분간 북핵문제 등 현안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관계 재조정 전략을 재검토해서 우선은 협력 강화쪽으로 가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당적 외교도 필요하고 민간외교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정리=김동윤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