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졸음 ‥ 박진숙 <작가정신 대표ㆍ시인>

쿵! 소리에 아차,하면서 눈을 떴다. 토요일 오후의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내 차는 이미 앞차의 보조범퍼에 풀로 붙인 듯이 붙어 있었다. 나는 졸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꼬집기도 하고 음악도 틀어보고 창문도 내려보았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깜박 잠이 드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저절로 눈꺼풀이 내려오는 것이 심상치 않아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붙일까 생각했었다. 아니면 아예 주차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실까도 했었다. 그런데 왜 기어이 운전을 했을까. 전에도 밀리는 내부순환로에서 그만 졸음을 못 이기고 가만히 서 있는 앞차를 박았었다. 새 차였는데 큰 흠이 아니니 그냥 가겠다고 해서 그 차 주인이 천사로 보였던 경험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오늘 또 앞차를 박은 것이다.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이것이 안전 불감증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대학 시험을 볼 때도 깜박 잠들었었다. 입시 때만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추위 탓에 히터 옆 자리에 앉아 시험을 보던 나는 따뜻하게 몸이 풀리면서 졸지 않으려고 절절한 노력을 하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시험 감독을 하시던 선생님이 깨우면서 물으셨다. "학생은 문제를 다 풀었는가?" 아니다. 알쏭달쏭한 문제를 놓고 고심하던 중이었다. 나는 때때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다가도 무지막지하게 밀려드는 졸음 때문에 고생한다. 집중해서 들으면 들을수록 정신이 모아지는 만큼 졸음도 모아진다. 특히 일이 많은 날엔 더욱 그렇다. 그럴 땐 내 얼굴에 드러나는 피곤함이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하는 데다 눈까지 풀리고 있으니,처음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은 내 모습에 서둘러 일어난다. "피곤해 보이시네요"하면서.민망한 일이다. 내 차에 받친 앞차는 보조 범퍼가 찌그러져 있었다. 또 새 차였다. 차 주인이 좋은 분이어서 소정의 수리비를 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얼마나 찜찜하고 불편한 일이었겠는가. 또한 책을 만들어서 팔기까지의 고된 과정을 잘 아는 내가 헛되이 돈을 썼으니 회사와 차 주인에게 예기치 못한 폐해를 끼쳤다. 졸리면 쉬어 가자.세상사도 힘들면 쉬어 가자.이번 일을 나는 더 커다란 사고를 내지 말라는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