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간기능 정지 상태".. 공백 장기화… 후계구도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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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간기능 정지상태에 빠졌으며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리가 7일(현지시간) 말했다. 팔레스타인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그를 파리에서 카이로로 이송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나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아라파트의 공백이 다소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아라파트의 혁명 동지들인 구세대와 젊은 실용주의 개혁세대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수면 아래서 전개되고 있다.
현재로선 압바스 전 총리와 쿠레이 현 총리의 쌍두마차 체제가 유력시되고 있으나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압바스 전 총리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파타운동 등 실세 정치조직을 이끌고 쿠레이 현 총리는 내각을 맡아 국정을 책임진다는 구상으로 가장 현실적인 체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쿠레이 총리가 가자지구를 전격 방문,무장세력 지도자들과 회동한 것은 아라파트 사후 후계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아라파트가 파루크 카두미 PLO 정치국장을 후계자로 임명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여기에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도 거국 집단지도 체제를 요구하고 나서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한편 PLO는 이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PLO 대변인은 "PLO 집행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고 2개 국가 방식의 중동평화 방안을 실현하는 데 부시 행정부와 협력하기를 희망하는 성명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아라파트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PLO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고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새로운 미·PLO 관계가 향후 중동평화 과정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