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의 궤적위로 감정을 깨운다.. 중국 현대미술 젊은리더 쩡판즈전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쩡판즈(曾梵志·40)전이 오는 10일부터 서울 관훈동 갤러리아트사이드에서 열린다. '가면을 벗다'를 주제로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마스크' 시리즈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인물 초상과 풍경 신작들을 출품한다. 우한(武漢) 출신인 쩡판즈는 지난해 상하이미술관 전관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상하이미술관 전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중국 작가는 지금까지 3명에 불과하며 그는 이 중 최연소 작가였다. 2001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5인의 중국 아방가르드'전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고 구미 미술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마스크' 시리즈에는 비현실적으로 커다란 눈에 핏줄이 불룩하게 솟아 있는 커다란 손,얼굴도 기형적으로 큰 인물이 등장하는데 어김없이 하얀 가면을 썼다. 짙은 핏빛 화면에 거칠고 강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붓을 역방향으로 운용한다. 이러한 파격적인 이미지는 작가가 고기 공장이 많은 우한 지역에 살면서 느낀 경험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부터 선보인 신작들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그림들이다.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 등이 등장하는 '위대한 인간' 시리즈와 마릴린 먼로 등의 '초상' 시리즈는 최소한의 윤곽만 남겨진 얼굴 위에 수없이 많은 동그라미 붓터치로 덧칠한 것이다. 이로 인해 얼굴의 형태도 동그라미에 묻혀 버리는데 이러한 해체주의적 기법을 통해 등장 인물의 정체성이 지워지는 셈이다. 쩡판즈는 동그라미 붓터치를 오른 손에 두 개의 붓을 들고 동시에 사용한다. 엄지와 검지, 가운데 손가락으로 잡은 첫번째 붓이 작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낸다면 넷째 손가락에 걸쳐진 붓은 '우연의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두 개의 붓이 서로 충돌하면서 구체적 형상과 추상적 이미지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게 작가의 의도다. 독일 표현주의 성향의 '풍경' 시리즈는 무수한 붓질을 통해 불안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표출해 낸다. 23일까지.(02)725-102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