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출신 행장 '3인3색' 전략

강정원 국민은행장(54),황영기 우리금융회장(52),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51). 이들 세 은행장은 1980년대 초 씨티은행과 뱅크스트러스트(BT) 등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다.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세 사람은 '금융대전(大戰)'을 진두지휘할 사령관으로 변신했다. 이들 3인방이 펼칠 '3인3색'의 경영전략에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솥밥 동료서 라이벌 관계로 지난 1일 나란히 취임한 강 행장과 하 행장은 경기고 선후배간으로 1981∼83년 씨티은행 한국지점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하 행장은 2001년 한미은행장을 맡기 전까지 '씨티맨'의 길을 걸었다. 반면 강 행장은 1983년에 BT 서울지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 회장과는 이곳에서 호흡을 같이 했다. 둘은 당시 이건삼 BT한국대표 밑에서 후계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1989년 BT를 떠난 황 회장은 삼성그룹으로 옮겨 삼성전자 상무,삼성투신 사장,삼성증권 사장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면서 차세대 금융리더로 부상했다. 이 사이 강 행장은 BT 한국대표에 이어 BT를 흡수합병한 도이체방크의 한국대표까지 맡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 후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에 의해 서울은행장으로 발탁됐다. BT 출신으로 '범(凡) 이헌재 사단'이기도 한 황 회장과 강 행장은 이제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또 한번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라이벌 관계가 됐다. ◆3인3색의 경영전략 이들 3인방의 앞길에 놓인 과제들은 녹록지 않다. 강 행장에게는 연체부실에 발목 잡혀 리딩뱅크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는 국민은행의 정상화가 발등의 불이다. 황 회장은 우리금융을 민영화하는 동시에 외국자본에 맞설 수 있는 '토종 금융회사'로 키워야 하는 무거운 짐을 졌다. 하 행장에게는 한국씨티은행의 토착화와 메이저 플레이어로의 도약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금융계는 이들이 어떤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느냐에 따라 국내 은행산업의 판도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들은 한결같이 '선도은행'으로서 장기비전을 제시하지만 전략과 전술은 3인3색이다. 우선 황 회장은 "우리금융을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복합금융상품을 제공하는 한국의 대표 금융그룹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취약점인 IB(투자은행)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LG투자증권을 인수,증권업계 1위로 올라섰다. 조만간 보험사까지 사들여 금융그룹으로의 면모를 완비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비해 강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자산건전성 회복과 구조조정을 역설했다. "2백조원의 자산이면 충분하다.이제는 자산의 질을 다질 때"라는 것. 확장보다 '수성(守成)'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하 행장은 지난 1일 취임사에서 "현재 6% 수준인 시장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성장정책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대기업 PB(프라이빗뱅킹) 등 모든 곳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산업은 최근의 대출시장 위축이 보여주듯이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덩치를 키우려면 남의 몫을 빼앗아올 수밖에 없다. 세 행장의 금융대전 전략이 더욱 주목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