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란 마음 모으는 거여…" 수월 스님 삶 담은 '물 속을 걸어가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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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꼽히는 경허(1849~1912)스님의 법제자 가운데 행적이나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수월(水月.1855~1928)스님의 삶을 담은 책 '물 속을 걸어가는 달'(김진태 지음,학고재,1만원)이 출간됐다.
수월 스님은 만공(滿空)·혜월(慧月)과 함께 경허 스님의 수제자로 손꼽히는 선사다.
그러나 만공·혜월 스님에 비해 수월 스님은 일반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평생을 수행과 노동으로 일관하며 살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수월 스님의 삶을 출생에서 출가,깨달음과 그후의 수행,간도땅에서의 노동과 자비행까지 샅샅이 훑으며 되살려내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수월은 1855년께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머슴살이로 성장기를 보내다 29세쯤 경허 스님의 형인 태허 스님이 주지로 있던 천장암으로 출가했다.
'천수경'의 '천수다라니'를 일념으로 외워 깨달음을 얻은 수월은 그 뒤에도 금강산 유점사와 마하연,지리산 천은사,상선암,우번대 등에서 수행을 계속했다.
어디에 머물든 그저 말 없이 일했고,밤이면 절구통처럼 앉아 정진에 몰두했다고 한다.
이런 마음공부에 대해 수월 스님은 훗날 어느 독립군 연설단원에게 들려준 법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를 닦는다는 것은 마음을 모으는 거여.별거 아녀.이리 모으나 저리 모으나 무얼 혀서든지 마음만 모으면 되는 겨.아무리 생각을 안하려고 혀도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맨큼 해야 되는 겨."
스승 경허 선사가 1904년 함경도 안변에서 자취를 감추자 수월은 스승을 찾아나서 경허 선사가 열반할 때까지 가까이에서 수행한 것으로 저자는 추정한다.
이후 1912년 박해받는 조선 유민들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간 수월 스님은 도문에서 소먹이꾼으로 3년간 일하며 보살행을 실천했다.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짚신을 삼고,낮에는 소 먹이는 틈틈이 밥을 지어 조선 유민들에게 몰래 나눠주었다.
이런 수월 스님이 머물렀던 나자구 송림산 화엄사에는 금오 효봉 청담 등 수많은 수행자들이 찾아와 '말 없는 가르침'을 배워갔다.
저자는 "수월 스님은 이름 그대로 물 속의 달처럼 살다간 어른이었다"며 "자비와 지혜를 삶과 한 덩어리로 이루어낸 성자"라고 평가했다.
지난 96년 출간된 '달을 듣는 강물'을 보완해 새로 책을 낸 저자는 현직 검사로 춘천지검 강릉지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