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1弗=1천원'으로 계획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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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에 적용할 사업기준환율을 달러당 1천원까지 낮춰잡기 시작했다.
수출 기업들은 또 환율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자 수익관리를 위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LG 주요 계열사들은 당초 달러당 1천50∼1천1백원으로 책정했던 내년 사업기준환율을 1천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등도 사업기준환율을 전면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권영수 부사장은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내년 사업계획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며 "달러당 1천원선에서 기준 환율을 새로 정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환율을 적용하면 영업이익이 연간 1천억∼2천억원가량 감소하는 만큼 원가절감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도 1천1백원으로 잡은 내년 기준 환율을 하향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노기호 LG화학 사장은 "환율 하락속도와 폭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여서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며 "실제 환율이 이미 1천1백원선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준 환율을 낮추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효성 역시 최근의 환율 하락을 반영,당초 1천1백20원으로 예상했던 내년도 환율지표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효성 전략본부 관계자는 "환율하락은 수출가격에는 타격을 주지만 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원재료 구매가격에서는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환율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져 기준 환율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환율 지표를 1천1백20원으로 잡은 코오롱도 최근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다양한 환율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탄력적인 경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실제 전망한 환율보다 1백원까지 기준 환율을 낮춰 사업 계획을 세워왔던 삼성과 현대차그룹 역시 추가로 환율이 속락할 경우 내년 사업계획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올해와 같은 1천50원으로 잡고 사업계획을 수립해왔다.
내년 사업계획과 별도로 수출 주력 기업들은 당장 연말 수익 관리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50원 떨어지면 매출 이익이 5천억원 이상 줄게 돼 4분기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차 LG전자 등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 중 절반 이상은 환율이 1천1백원 이하로 떨어지면 감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율 급락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단기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단기적으로는 선물환 매도 비중을 높이고 유로화 결제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환위험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원가절감을 통한 체질개선에 주력해 경쟁력을 높여가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익원·조일훈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