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유화 업계 끝없는 대박 행진


정유.유화업계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부터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막대한 이득을 거둔 업계는 지난 9월부터는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과 실제 도입 유종인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이 큰 차이(디커플링)를 보이면서 '큰돈'을 벌어들였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이들 업계의 대박 행진이 마감되는가 싶었지만 이번엔 환율 급락이라는 돌출변수가 터져나오면서 또 한 차례 거액의 보너스까지 챙기게 됐다.


이에 따라 SK 는 올해 1조3천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으며 에쓰오일도 "순익 1조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는 등 정유.유화업계가 일제히 풍년가를 부르고 있다.


◆대규모 환차익 기대
원유 수입대금을 전액 달러로 결제하는 정유업계는 환율 하락이 무조건 호재다.


장기 외화부채(정유업계 전체 약 40억달러)가 많은 데다 원유도입을 위한 계약시점과 결제시점 사이에 3∼4개월의 시차(유전스 기간)가 있어 환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작년 12월 1천1백92원에서 9일 현재 1천1백3원으로 10개월새 89원이나 떨어졌다.
외화부채규모에 환율하락분을 곱한 단순계산으로도 환차익 규모가 약 3천5백60억원.실제 SK㈜와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 상반기 각각 7백91억원,4백66억원의 환차익을 챙겼다.


원료인 나프타를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화학회사 역시 원화 강세가 수지 요인이긴 마찬가지.현대석유화학 여천NCC 등은 나프타 수요의 75% 이상을 수입하고 있어 환율 하락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디커플링도 호재
WTI와 두바이유간 가격차이가 벌어지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국내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확대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원유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현물가격은 9일 현재 배럴당 35.5달러.가격오름세가 한풀 꺾이면서 2개월 전과 비슷해졌지만 WTI는 이 와중에도 같은 기간 배럴당 3.4달러(7.7%) 가량 올랐다.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국제 가격도 11.1∼16.9%의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두바이유 보다는 WTI나 브렌트유 가격에 더욱 밀접하게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싼 원유를 도입해 비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수출가격에 그대로 반영시키고 있으니 '돈방석'에 앉을 수밖에 없다.


◆'1조원 클럽' 가입 회사 속출


특히 1조원 이상 들인 첨단 중질유분해탈황시설(BCC) 덕분에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에쓰오일의 올해 실적이 관심사다.


에쓰오일은 값싼 벙커C유를 활용, 거의 1백%까지 휘발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고 있다.


다른 정유사들의 2∼3배 수준이다.


이 회사는 최근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경질유-중질유간 가격차(크랙 마진)가 6∼7달러에서 20달러까지 벌어져 대규모 차익을 거두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순이익이 1조원은 될것 같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지난해 2천5백56억원의 4배 규모다.


SK㈜도 이미 올해 순이익 목표 1조원을 3분기에 돌파했다.


정유 업체가 '순익 1조원 클럽'에 들어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7∼8월 업계 초유의 파업사태를 겪은 LG칼텍스정유는 3분기 실적이 1,2분기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상 최대규모 이익이 기대되긴 마찬가지.
현대오일뱅크와 인천정유도 올해 당기 순이익이 외환 위기 이후 최대규모인 각각 3천억원,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