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뉴딜', 이름이 중요한가?

요즘 이슈가 된 소위 '한국판 뉴딜'의 이름을 놓고 법석을 떠는 정부를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뉴딜'이란 이름은 지난달 초 재정경제부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1930년대 미국의 뉴딜을 예로 들며 새로운 경제도약 프로젝트의 이름을 공모하면서부터 회자됐다. 그러다가 지난달 25일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이라고 언급하면서 공식화됐다.그러나 최근 윤곽을 드러낸 '뉴딜'이 노인센터나 대학 기숙사,초·중·고교 수영장 등 자잘한 투자들을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자 "그게 무슨 뉴딜이냐.이름을 바꾸라"는 지적이 정부·여당 안팎에서 터져 나왔고,재경부는 부랴부랴 새 이름을 찾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왜 그렇게 이름에 집착하느냐다. '한국판 뉴딜'의 취지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말대로 "내년 하반기중 일시적으로 부족한 건설수요를 메우기 위해 시행하는 '보완적·연계적' 투자"일 뿐이다. 그것도 투자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연기금 등 민간자본이다.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민간자본 투자유도책이라고 해야 옳다. 마치 정부가 주도하는 것처럼 무슨 종합투자계획이니,도약 프로젝트니 하는 말을 쓸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계획안의 내용도 채우기 전에 작명에만 신경을 쓰는 듯한 정부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대표는 "실적과 전시행정에 젖은 관료 행태의 단면"이라고 꼬집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뭔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있다. 범국가적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인 만큼 국민적 희망을 북돋기 위해 근사한 이름이 필요하다는 재경부 설명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그러나 정부시책의 이름에서 희망을 찾기엔 불황과 갈등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이 너무 갈라져 있다는 걸 정부가 이해는 하는지 모르겠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