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돈 버는 법] 황가네꼼장어 황상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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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가네꼼장어'라는 브랜드로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황상운 사장(37)은 원래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때부터 음악이 좋아서 기타를 치고 그룹사운드도 조직했다.
나중에는 편곡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좋아서 들어선 길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이 바닥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뭔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 필요했다.
"일단 음악을 잊어버리려고 악기와 앰프 등은 모조리 내다팔았습니다. 그리고는 여동생 둘에게 창업자금 4천만원을 빌렸지요. 정해놓은 사업 아이템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제로에서 시작한 거죠."
이때 떠올린 게 소주 한 잔과 곰장어.음악생활할 때 자주 들르던 포장마차의 곰장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워낙 좋아하던 음식이라 요리의 문외한이라도 잘 만들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이템을 결정하고 점포 입지 물색에 들어갔다.
선배의 권유로 가게를 잡은 곳은 부천시 고강동.경기도 시흥시가 연고인 그로서는 낯선 곳이었다.
창업자금이 워낙 빈약하다보니 '찬밥,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가진 돈에 맞춰 점포를 얻어야 했다.
마치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 학과를 선택하는 꼴이었다.
마침내 연립주택이 줄이어 들어선 주택가 이면도로변에 20평짜리 점포를 계약했다.
권리금 3백만원,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60만원의 낡은 점포였다.
보통 1년 순익을 권리금으로 계산하는 게 관행인 점을 감안하면 장사가 지독하게 안되는 가게였다.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황 사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가게 자리는 대로변에서 한참 들어온 주택가 입구였다.
황 사장이 곰장어집을 차리기 전 중국집,감자탕집 등이 적자를 못이기고 나가 떨어진 '망하는 가게'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 대박이 터졌다.
외식업에는 일자무식인 황 사장이 직접 곰장어를 만들어 내놓으면서 부부를 중심으로 가족손님이 줄을 이었다.
이웃사촌끼리 정담을 나누는 명소로 발돋움했다.
하루 매출이 50만원을 거뜬히 넘겼다.
인건비 월세 등으로 나가는 돈이 워낙 적다보니 20평짜리 점포에서도 꽤 돈을 모을 수 있었다.
'황가네꼼장어'의 본산지가 된 부천 1호점은 대성공이었다.
"굳이 성공 요인을 꼽으라면 푸짐한 음식량과 감칠맛 나는 양념,둥근 양철판 탁자를 둘러싼 정겨운 매장 분위기 등이 아니었나 싶네요."
황 사장은 경기 부천에서 직영점 형태로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2002년부터 불황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곰장어는 경기 흐름에 잘 맞아 떨어졌다.
한 접시 1만원이면 소주 1∼2명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서민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가맹점을 내달라는 사람들이 줄 이어 결국 2003년 6월에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차렸습니다.
식재료를 가공하는 식품공장도 경기도 시흥에 따로 마련했지요."
황 사장은 결코 가맹점 확대에 목을 매지 않는다.
부실한 가맹점을 양산해봤자 본사에나,가맹점에나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극심한 불황이니만큼 자신처럼 무모한(?) 창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한다.
창업 희망자를 선별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 사장은 가맹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기존 지저분한 곰장어집 이미지를 버리는 데 몰두했다.
20대 고객을 잡으려면 맥주집처럼 깔끔한 매장 분위기가 필수적이었다.
훈훈하지만 노후한 양철판 매장으로는 20대 손님을 끌어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20대 고객이 거리낌없이 황가네꼼장어를 찾는 것은 바로 이런 인테리어 노력에 힘입은 것이었다.
현재 문을 열고 있는 56개 가맹점의 하루 매출은 50만원 안팎.마진 35∼40%를 계산하면 한 달 순익은 5백만원 정도라는 게 본사측 얘기.가맹점 크기는 보통 10∼15평인데 점포임대비를 포함,창업비용은 1억원 이내라고 황 사장은 설명했다.
본사 (02)784-7950(www.kkomhouse.com)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