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펀드투자'로 살 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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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초저금리로 인해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펀드 투자 등 새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통적인 운용방법인 은행 정기예금의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밑돌면서 실질적으로 손실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금이 많은 곳은 자산운용기구 설립을 검토하는 등 대학의 보수적 자금운용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14일 동덕여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최근 적립금 등 1천4백억원 규모의 가용자금 중 30%(5백억원) 이상을 펀드에 투자하기로 하고 이달 안에 자금운용사를 확정한 뒤 다음달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채권형 뿐만 아니라 주식형 펀드도 일부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극렬 동덕여대 기획처장은 "그 동안 정기예금만 해왔는데 이자율이 너무 낮아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펀드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의 펀드 투자는 지난해 2월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공동으로 삼성투자신탁에 월 1백억원 규모의 '삼성아카데미펀드'를 설정하면서 시작됐다. 고려대도 수익증권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화여대는 최근 추가로 1천억원을 5개 자산운용사에 맡겼다.
◆펀드 투자가 돌파구=대학들이 한해 운용하는 자금은 예산(등록금 등)과 기부금(발전기금),적립금 등이다.
전체 1백80개 사립대의 예산은 11조2천7백82억원(2003년 기준) 규모며 적립금도 4조원에 달한다. 연세대의 경우 한해 예산이 5천억원을 넘으며 기부금 적립금 등을 합하면 1조원에 육박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은행 정기예금보다는 채권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주식이나 적격등급 이하의 채권에도 투자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운용자금의 46%를 채권에,45%를 정기예금에 맡기고 있으며 나머지는 요구불예금,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에 운용한다.
특히 채권의 경우 국채 통안채 우량회사채 등에만 투자,정기예금보다 0.5∼1%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화여대 관계자도 "이제까지의 펀드 운용 결과를 검토해 투자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세대 성균관대 등은 중장기적으로 펀드매니저 고용,자산운용기구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펀드매니저 채용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손실 발생시 책임문제와 위험자산(주식 선물 옵션)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 교육부 재무회계 처리규칙 때문에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법인도 어려워=대학은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편 대학법인은 보유 중인 수익용 재산에서 수익을 못내 울상이다. 수익용 재산은 재단 설립시 출연된 재산으로 매년 최소 3.5%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이것도 교육부가 대학설립 운영규정을 개정해 올해 5%에서 낮춰준 것이지만 이를 못채우는 대학이 절반을 넘는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 최순영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백80개 사립대학 중 3.5% 이상의 수익을 못낸 곳이 92개였으며 이 중 9개교는 0%,65개교는 1% 미만의 수익률을 올렸다.
성균관대 법인의 강희준 사무국장은 "대학 재단이 보유한 수익성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인데 이 중 95%가량이 그린벨트나 상수원보호구역 등에 묶여있어 관리비 등 비용만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매각을 추진해도 잘 팔리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