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KPGA회장이 본 우즈] "그는 위대한 엔터테이너였다"

'2004MBC라온건설 인비테이셔널' 프로암대회가 열린 13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59)겸 한국프로골프협회회장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29.미국)와 함께 라운드하는 행운을 얻었다. 구력 35년에 핸디캡 8의 '싱글골퍼'인 박회장이 다섯시간동안 함께 라운드하면서 지켜본 우즈의 이모저모를 정리한다. ◆남을 배려할 줄 알았다 세계에서 골프를 제일 잘 친다는 사람이라기에 대회 전 다소 긴장됐는데,막상 코스에 들어서자마자 이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동반자들을 편하게 대해줬다. 실수를 해도 '골프는 그런 것이다'며 다음 샷에서 잘 하라고 격려해 줬고,그린에 올라가서는 맨 먼저 퍼트라인의 브레이크를 파악해 '왼쪽 끝''오른쪽 끝' 식으로 친절하게 알려줬다. ◆그는 '위대한 엔터테이너'였다 이날 1백명 정도의 갤러리들이 따라다니면서 '소란'을 피우기도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17번홀에서는 나를 비롯 4명의 동반자들이 여러 개의 모자를 들고가 사인을 요청하자 티잉그라운드에서 세컨드샷 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싫은 표정없이 모두 해줬다. 8번홀에서는 라온GC 손천수 회장이 "드라이버를 한번 써보면 안 되겠느냐"며 다소 의외의 제안을 했는데도 "그러라"고 선뜻 내줬다. 손 회장의 제안도 뜻밖이었지만 우즈의 답변도 '상식'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는 'great golfer(위대한 골퍼)'이면서 'great entertainer(위대한 엔터테이너)'라는 느낌을 받았다. ◆레슨은 요구할 때만 해주었다 우즈가 볼때 우리 네 명의 아마추어들의 스윙은 고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을텐데도 우리쪽에서 요구하지 않으면 일절 '레슨'하지 않았다. 먼저 레슨을 함으로써 동반자들이 혹시라도 '자괴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점을 배려한 것으로 보였다. ◆'스퀘어 스탠스'가 돋보였다 18홀 내내 우즈의 스탠스를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거의 매샷 양발이 목표라인과 직각을 이루는 '스퀘어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점에 조금 놀랐다. 어니 엘스 등 다른 톱랭커들은 왼발 끝을 조금 여는 경우가 있지만 우즈는 스퀘어 스탠스를 고수했다. 그래서 나도 중간에 한번 따라하려고 스퀘어로 서봤는데 잘 안됐다. 우즈는 웨지샷을 할때도 그다지 스탠스를 오픈하지 않았다. 또 어드레스때 볼 위치는 대부분 스탠스 중간에 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점들이 내 눈에는 다소 특이했다. 정리=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